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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국가경쟁력 64개국 중 27→28위,…기업 여건 50위 ‘낙제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국가경쟁력에서 한국 순위가 2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23위에서 27위로 미끄러진 데 이어 올해 28위로 더 내려갔다.

20일(현지시간) IMD는 이런 내용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한국은 64개국 가운데 28위로 1년 전보다 1계단 더 뒤로 밀렸다. 지난해 각각 30위·32위였던 바레인과 말레이시아가 25위·27위로 뛰어오르며 한국을 앞질렀다. 대신 영국이 23위에서 29위로 주저앉으면서 한국 순위 하락은 1단계에 그쳤다.

덴마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아일랜드, 3위는 스위스, 4위는 싱가포르, 5위는 네덜란드가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 7위였던 대만은 올해 6위로 올라섰다. 미국은 9위, 중국은 21위, 독일은 22위, 일본은 35위였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말레이시아ㆍ카타르ㆍ사우디아라비아ㆍ바레인 등의 순위가 크게 올라갔는데 에너지 수출국이란 공통점이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들 국가의 경쟁력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D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사립 경영대학원이다. 64개국을 대상으로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4가지 분야를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있다. 각종 통계지표와 설문 결과를 토대로 한다.

4대 분야별로 나눠보면 한국은 경제 성과에서 올해 14위로 8계단 올라섰다. 역대 최고 순위다. 경제 성과 내 세부 항목인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1→36위), 해외직접투자 누적액(33→30위), 고용률(12→10위), 청년실업률(12→10위) 등이 개선된 영향이다.

기업 효율성(33위)과 인프라(16위) 순위는 지난해와 같았다. 그런데도 종합 국가 순위가 떨어진 건 정부 때문이다. 정부 효율성이 36위에서 38위로 미끄러지면서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정부 효율성에 해당하는 세부 항목 중 공공 재정(32→40위), 환율 안정성(3→45위), 정치적 불안(45→52위) 등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다.

정부 효율성을 따질 때 반영하는 기업 여건 항목에서도 한국은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48위에서 올해 53위로 더 내려갔다. 관료주의 항목은 57위에서 최하위권인 60위로 추락했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까지 급증하면서 전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정부 효율성 순위는 종합 순위와 견줘 큰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게 순위가 벌어진 건 2020년부터다. 2020년 종합 순위(23위)와 정부 효율성 순위(28위)가 5계단으로 차이가 나더니 올해는 10계단까지 벌어졌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정부 효율성의 세부 분야 대부분이 하위권”이라며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의 비효율성, 기업 환경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부문 세부 항목에선 노동시장(42→39위), 과학 인프라(3→2위), 보건 환경(31→29위), 지식재산권 보호(37→28위) 등 상승이 두드러졌다. 반면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 여파로 금융 경쟁력 순위는 23위에서 36위로 큰 폭 추락했다.

IMD는 1979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한국이 IMD 평가 대상에 들어간 건 1989년 이후다. 한국은 2011년~2013년 역대 최고인 22위까지 올랐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역대 최저 순위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 기록한 4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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