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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엔 따뜻한 민주당? '대구 퀴어축제 충돌' 이례적 침묵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강경한 시위 대응에 대해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거칠게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시의 ‘퀴어축제 저지’ 시도에는 이례적으로 침묵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찾아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찾아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뉴스1

17일 대구시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이 행사 무대를 설치하려 하자 “불법 도로점용”이라며 막아섰다.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 간에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공도로를 막고 퀴어들의 파티장을 열어준 대구 경찰은 치안 행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며 “집회시위 신고가 있다고 해서 제한구역도 열어준다면 대한민국 대도시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월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악수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월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악수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 힘을 실어온 민주당은 19일까지 사흘째 대구시의 ‘퀴어축제 저지’ 시도엔 침묵했다. 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합법 시위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면서도 “정당이나 정치권이 크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31일 경찰이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간부를 곤봉으로 진압한 데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를 흘리게 할 만큼 폭력을 가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앞서 국민의힘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의 야간집회를 금지하려는 집시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국민의 입을 막으려 드는 행태가 후안무치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민주당이 국민의힘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당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시장이 대통령이었다면 이재명 대표를 만났을 것”(장경태 최고위원, 지난달 15일), “(독도를 방문한 전용기 의원을 일본이 비판하자) ‘내 나라 땅을 의원이 방문하는데 일본이 문제 삼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한 홍 시장 말고는 항의하는 이를 국민의힘에서 찾기 힘들다”(권칠승 수석대변인, 지난달 5일) 같은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5월 10일 대구시청을 방문해 홍 시장과 만났다. 당시 홍 시장은 “민주당이 현안을 처리하는 게 속도감도 있고 아주 빠르다”고 덕담을 건넨 뒤, 여당에 대해선 “거의 30여 년 이 당에 있었는데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이어 “당 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안 듣는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야권 일각에선 ‘퀴어축제 충돌’에 대한 민주당의 침묵을 선거를 고려한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민주당은 늘 선거를 앞두고 소수자 인권 문제엔 거리를 뒀다”(정의당 관계자)는 지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발언한 이후 비판이 이어지자 “아픔을 드린 것 같아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재명 대표도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년들의 시위 현장에서 성 소수자들을 향해 “다 했죠?”라고 반문했다가 뒤늦게 수습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어떤 쪽으로 논평하든 돌을 맞을 것 같으니 침묵이 금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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