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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품귀 아니다”… 오염수 우려에 소금 사재기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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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에서 작업자가 소금을 모으고 있다. 신안 천일염은 올해 초 잦은 비로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주문량은 폭증해 가격이 급등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에서 작업자가 소금을 모으고 있다. 신안 천일염은 올해 초 잦은 비로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주문량은 폭증해 가격이 급등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햇소금이 본격 출하되면 올해 김장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시장에 충분히 공급될 것입니다.”

19일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가 최근 천일염 품귀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신안 천일염의 택배 판매 중단은 일시적인 주문 폭주에 의한 것일뿐 천일염 품절 현상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최근 소금값 급등에 따른 배송 대란과는 달리 매년 7월부터 진행되는 햇소금 출하를 전후로 천일염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취지다. 신안에서는 총 2171㏊ 규모의 염전에서 전국 생산량의 80%인 연간 20만t 이상의 천일염이 생산된다.

올해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치솟으면서 산지 염전들이 ‘사재기 근절’을 요청하고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등을 의식한 소금 주문이 쇄도하면서 천일염 품귀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신안군 등에 따르면 천일염 20㎏ 한 포대 가격은 지난 4월 1만2000원대에서 최근 3만원대까지 급등했다.

천일염 품귀 논란은 소금값 급등과 수요 폭주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잦은 비로 소금 생산량이 감소한 가운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문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염전 직원인 정민철(62·신안군)씨는 “올해 소금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대량 주문이 쏟아지자 값이 뛴 것”이라고 말했다.

천일염 주문 폭주는 방사능에 노출된 소금을 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최근엔 일부 식당업주는 물론이고 가정주부들까지 신안을 찾아가 천일염을 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부 최모(45·나주시)씨는 “이웃들로부터 ‘평생 먹을 소금을 사놔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들었다”며 “급한대로 지인들과 함께 염전을 찾아가 천일염 3~4포대씩을 사 왔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에도 한 차례 나타났었다. 마하탑염전 대표인 유억근(70) 회장은 “그때는 아직 마르지 않아 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의 천일염도 포대당 2만원씩 주고 사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금 대란’ 논란에 염전 관계자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등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신안 천일염은 품귀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주문 폭주와 물류사 사정 등이 겹쳤을 뿐 소금이 바닥난 게 아니라는 취지다.

현재 신안 농협에서는 품질관리를 위해 간수가 제거된 2021년산, 2022년산 천일염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배송 지연은 주문 폭주 외에도 양파·마늘 수매 일정과 천일염 출하 업무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일염 생산자들은 “올해 햇소금을 본격 매입할 오는 7월까지는 소금값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안군도 관내 6개 농협이 올해 햇소금을 본격 출하하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 현재 신안 지역 농협에 저장 중인 2021·2022년산 천일염만 2만t이 넘는 것으로 파악돼서다. 신안군은 올해 생산량을 포함해 개인창고에 보관 중인 천일염도 10만여t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5일 “천일염의 개인 직거래 물량이 지난달보다 2배~5배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의 7∼8% 수준”이라며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286회 실시한 천일염 검사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국내산 천일염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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