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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황홀하고 신비로운 한여름 밤의 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진회숙 음악평론가

진회숙 음악평론가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하지 전날 밤 아테네 숲에서 벌어진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여름 밤의 환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펼쳐 놓은 이 작품은 많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다. 그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황홀하게 한여름 밤의 환상을 그린 예술가는 멘델스존과 샤갈이 아닐까 싶다. 멘델스존은 이 작품의 공연을 위한 극음악을 작곡했고, 샤갈은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서로 살았던 시대와 장소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유대인 예술가의 작품은 정서적으로 매우 유사한 느낌을 준다. 나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들을 때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행복한  연인들, 바이올린 켜는 사람들, 새와 꽃과 천사와 염소. 날개 달린 말이 등장하는 샤갈의 그림이 떠오르곤 한다.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으로 읽는 세상

멘델스존은 부유한 유대인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살았다. 집 안에 자기 작품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작곡가로서는 그야말로 최상의 환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어두운 그늘을 찾아볼 수 없다. 음악이 모두 밝고 화사하다. 그래서 멘델스존의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샤갈의 그림이 너무 예뻐서 싫다는 사람도 있다.

꿈과 환상의 세계를 펼쳤다는 점에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샤갈의 그림과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멘델스존의 음악을 듣거나 샤갈의 그림을 보며 황홀하고 행복하고 신비한 꿈을 꿀 수 있다. 척박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에게 멘델스존과 샤갈이 선사하는 꿈과 환상의 세계는 그 얼마나 달콤한가. 그것이 우리에게 베푸는 정신적 카타르시스라는 은총을 생각하면 그들의 ‘너무 예쁜’ 예술이 그저 고맙기만 할 뿐이다.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