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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장 "사퇴 압박 없었다…올해 수능 위해 그만두는게 맞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규민 원장이 19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지 나흘만이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 오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수능을 150여일 앞두고 모의평가를 이유로 물러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교육 당국과 사교육이 한 편(카르텔)이냐”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원이 결탁해 일부러 어렵게 출제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퇴 결심 이유는.
“외부 압력이 있었다거나 사퇴 종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스스로 판단했다. 우리는 교육부에서 수탁을 받아 일을 하는 기관이다. 초고난도 문항 지양이나 (어려운 지식을 요구하는) 지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최대한 (시험에) 반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나 대통령실이) 판단하시기에는 미흡했던 것 같다.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부가 평가원 감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감사 결과를 보고 사퇴를 결정하는 게 맞다는 말씀도 있지만, 지금 수능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짧다. 한두 달 감사한 다음 문제가 있어서 제가 사임을 하면 후임 원장을 정하는 데 두세 달이 걸린다. 그러면 원장이 선임도 안 된 상태에서 수능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본 수능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사임을 결심했다.”
6월 모의평가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나.
“무엇이 문제인지는 이제 감사를 한다고 하니까, 그것을 통해 나타나지 않을까. 6월 모의평가는 작년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야 한다. 적절했는지는 지금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대통령실이나 교육부에서 판단할 부분이지, 우리가 출제했는데 그게 적절했다고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라서 공격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문제는 전혀 없었다. 최근까지도 교육부와 굉장히 긴밀하게 협조가 잘 됐다. 특히 지난해 수능은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평가를 많이 했다. 다만 기대한 것만큼 큰 효과가 나지 못했던 것 같다.”
정부가 기대한 바는 무엇이었나.
“언론에 나왔던 얘기들이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는 것은 늘 기본 원칙이다. 출제하는 우리는 (교육과정 밖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냈을 것이다. 정확한 것은 감사를 통해서 확인될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이 어려운 문제 출제가 계속되는 것을 두고 ‘사교육 카르텔’이라고 표현을 했다. 
“관점에 따라서도 이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뭐라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 다만 평가원이 사교육과 손을 잡고, 이해관계를 갖고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출제한 일은 전혀 없다.”
당정에서 킬러문항을 없애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을 킬러문항이라 할 것인가 논란이 많을 수 있다.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출제위원들이 압박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출제위원은 정해진 원칙에 따라 출제할 뿐,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출제를 못 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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