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자리 배치였다.
이날 회담장엔 두 개의 긴 테이블이 배치됐고, 한쪽엔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이, 맞은 편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았다. 테이블 가운데는 분홍색 연꽃으로 장식됐다.
시 주석은 블링컨과 왕이 사이, 가운데 자리에 앉아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실무진 간 회의에 격이 높은 시 주석이 들러 격려하는 듯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런 식의 자리 배치는 미국 국무장관(승계 서열 4위)과의 만남에선 처음이다.
특히 2018년 6월 마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을 때와 확연히 달랐다. 당시엔 외교 관례에 따라 시 주석과 폼페이오 장관이 작은 탁자를 가운데 둔채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의자에 앉아 면담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최근 미·중 관계의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미국과 자국민에게 보내려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을 미국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만나긴 하되,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연출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에게 "국가관계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이날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의 만남은 계속 불확실한 상황이었고, 회담 한시간 전에야 일정이 공개됐었다.
일각에선 중국이 3연임 임기에 들어간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 외빈 예방과 관련한 의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한 결과일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국가주석 3연임 임기에 들어갔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 16일 중국을 찾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회동할 때도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 당시 시 주석은 게이츠를 환대하며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번째 미국인 친구"라면서 "3년만에 만나 정말 기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