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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광물 금지 기업 명확히 해달라” 한국, 미국 정부에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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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원료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며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원료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며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규정에서 ‘외국 우려기업(FEOC)’의 정의를 명확히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은 FEOC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이나 부품을 공급받을 경우 IRA 상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는데, 관련 광물 공급에서 중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어떤 중국 기업이 규제 대상인지를 알려달라는 요구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최근 미 재무부의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에 대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지난 16일 관보에 게재된 의견서에서 한국 정부는 “투자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IRA 상 요구사항을 명확히 해 달라”며 “미 재무부와 국세청(IRS)이 명확한 가이드와 최종 규정을 제공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지난 3월 31일 IRA 세부규정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FEOC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이나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는 미 정부가 제공하는 7500달러(약 96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각각 규정을 시행하도록 돼 있다. 다만 재무부는 세부규정을 발표할 당시엔 FEOC를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향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지 中 기업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

지난 2020년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에 있는 한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0년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에 있는 한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기차 업계에선 이 규정으로 인해 중국 기업과의 거래가 사실상 전부 다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IRA가 미국 인프라법이 규정한 FEOC의 정의를 원용했기 때문이다. 인프라법에선 중국·러시아·북한·이란 정부의 소유와 통제, 관할에 있는 기업을 FEOC로 봤다. 이 기준을 광범위하게 해석할 경우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 조항은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각각 시행하도록 돼 있다.

전기차 업계에선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중국산 핵심광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배터리용 주요 광물의 95%를 수입했다. 특히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90%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전구체(98%)와 흑연(91%), 코발트(90%)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핵심 광물 보유국인 데다, 광물 원료를 가공해 제품화하는 제련시설들이 중국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의견서에서 “핵심광물 채굴부터 셀 제조까지 배터리 공급망 내 특유의 복잡함과 글로벌 상호의존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며 “FEOC 규정을 만들 때 배터리 공급망의 복잡함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 업체들도 중국산 핵심 광물 전체를 배제하고 전기차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는 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주는 IRA 규정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FTA를 발효한 21개 국가의 현재 핵심광물 공급 능력은 IRA의 모든 요건을 충족하기에 불충분하다”며 “더욱이 핵심광물 채굴 장소는 고정돼 있으며 일부 핵심광물은 매우 특정한 지역에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 많은 핵심광물 수출국을 FTA 체결국 명단에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주요 광물 수입처인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에 대미 FTA 체결국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왔다. 미국은 앞서 FTA가 없는 일본과 별도의 핵심 광물협정을 체결하는 식으로 일본에 ‘FTA 체결국’ 지위를 부여했고, 유럽연합(EU)과 같은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아울러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의 정의, 채굴과 가공의 차이, 가공 과정에서 부가되는 가치의 산정법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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