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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킬러와 코피노…차별받은 자의 한방 승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영화 ‘귀공자’는 배우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사진 NEW]

영화 ‘귀공자’는 배우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사진 NEW]

아무리 높은 곳에서도 거침없이 뛰어내린다. 착지할 땐 ‘터미네이터’처럼 무릎을 90도로 굽힌 자세다. 죽음의 공포라곤 전혀 없는 듯 달려들다가도, 비만 오면 몸을 사리는 모습이 마치 햇빛을 싫어하는 ‘뱀파이어’ 같다.

21일 개봉하는 액션 영화 ‘귀공자’는 박훈정 감독이 전작 ‘신세계’(2013)의 누아르풍 현실에 ‘마녀’ 1·2편(2018·2022)의 만화 같은 액션 쾌감을 접목한 신작이다. 주인공은 조커 같은 미소의 미스테리한 킬러 귀공자(김선호)다. 필리핀 빈민가에서 불법 권투 경기를 뛰는 ‘코피노(Kopino,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 청년 마르코(강태주)는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에 가고, 귀공자와 함께 목숨 건 추격전에 휘말린다.

‘코피노’ 마르코 역은 신예 강태주가 1980대 1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사진 NEW]

‘코피노’ 마르코 역은 신예 강태주가 1980대 1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사진 NEW]

‘마녀’에서 배우 최우식이 신체 조작으로 살상 무기처럼 키워진 동명의 초능력자를 연기한 바 있다. 박 감독은 두 인물이 별개라 설명했지만, 두 영화의 귀공자 모두 능글 맞고 장난기 있는데다 미스테리한 점이 닮았다. 또 목표물을 사냥할 땐 죄의식 없고 무자비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을 펼치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SF 판타지 같은 ‘마녀’ 시리즈의 세계관과 달리 ‘귀공자’는 비교적 현실적인 배경이다.

‘신세계’와 ‘브이아이피’(2017) 등 장르 영화로 권력의 명과 암을 파고드는 게 박 감독의 장기다. ‘귀공자’에선 제작비 100억원대 이상의 한국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코피노’를 액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지난 8일 언론시사 후 박 감독은 “차별 받는 이들이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맨몸 난투극부터 권투, 총기 액션, 자동차 추격전 등 주인공들의 활극이 태국 열대우림과 전남 곡성·장성, 제주도 편백숲 등에서 펼쳐진다.

재벌 2세 역 배우 김강우는 박훈정 감독 차기작 ‘폭군’에도 김선호와 함께 출연한다. [사진 NEW]

재벌 2세 역 배우 김강우는 박훈정 감독 차기작 ‘폭군’에도 김선호와 함께 출연한다. [사진 NEW]

하지만 원래 ‘슬픈 열대’였던 제목을 ‘귀공자’로 바꾸고 장르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중이 커진 귀공자 캐릭터에 관한 결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코피노의 현실을 깊이 있게 그리기보다는 액션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는 인상도 준다.

이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인 김선호는 tvN ‘갯마을 차차차’(2021) 등 드라마에서의 해맑은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연기 변신을 했다. 김선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이 제안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범죄 영화 ‘시계태엽오렌지’(1971)의 주인공을 귀공자 연기에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톤을 높인 웃음과 사이코 같은 정적인 웃음 등 웃는 연기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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