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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현 “초등생 때부터 시조 공부, 개발자 꿈꾸는 지금까지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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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창현

서창현

“어릴 때부터 시조를 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풀어내본 경험이 지금도 도움이 됩니다.”

2014년 개최된 제1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에서 중등부 대상을 수상했던 서창현(22·사진)씨의 말이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서씨는 ‘아버지’라는 제시어를 받아들고 2시간 동안 현장에서 써내려간 시조로 “매우 정제된 음률과 군더더기 없는 형식으로 아버지의 사랑과 고단한 삶을 잘 그리고 있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제 대학생이 되어 최근 육군 최전방에서의 군복무도 마쳤다는 그를 지난 15일 만나 학창시절 시조 짓기에 몰입해본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알리고 계승하려는 취지로 중앙일보가 주최(한국시조시인협회 주관, 교육부 후원)하는 대회로, 코로나19 여파로 건너뛴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열려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조 쓰기를 배웠던 서씨는 시조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의 권유로 제1회 백일장에 참가했다고 한다.

수상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쓴 것으로, 아빠의 손바닥에 밴 땀으로 꽃송이가 피어나고, 그 꽃이 자신이라는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등생 때부터 시조를 쓸 정도라면 영락없는 ‘문학소년’일 것 같지만, 그는 실은 유치원 시절부터 기계를 좋아하던 이과생이다. 지금도 미국 보스턴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개발자를 꿈꾼다. 그렇게 이공계열 진로를 추구하는 길에 시조백일장에서의 수상 이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백일장 수상 기록 등 문학적 자질을 부각함으로써 ‘과학에만 치중하지 않은 문·이과 통합형 인재’라는 식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씨는 “실제로 시조를 배우면서 조금이나마 (문·이과 성향이) 균형이 맞춰졌다”며 “시조를 쓰는 순간은 고통스럽기보다는 즐거웠던 기억밖에 안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한된 틀 안에서 생각을 풀어내야 한다는 게 즐겁더라”며  “(글자 수) 3-5-4-3을 맞춰 써야 하는 종장에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생각도 깊어지고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제9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은 30일까지 예심 응모를 받는다. 본심 진출자 명단은 다음 달 2일 중앙일보(joongang.co.kr)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홈페이지에서 발표되고, 본심은 다음 달 15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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