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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맛있는 '나폴레옹 샴페인'...셀러 마스터 콕 집은 '궁합 음식'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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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샴페인 없이 살 수 없다. 이겼을 때는 축배의 의미로 마시고, 졌을 땐 나 스스로를 위로하려 마신다(Je ne peux vivre sans champagne, en cas de victoire, je le mérite ; en cas de défaite, j'en ai besoin)."

샴페인 애호가였던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남긴 말이다. 기포가 있는 발포성 와인, 그중에서도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칭하는 샴페인은 이제 국내에서도 매니어층이 생길 정도로 사랑받는 술이 됐다. 샴페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나폴레옹이 생전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진 ‘모엣 & 샹동(Moët & Chandon)’이다.

8년의 숙성 기간을 거져 세상에 나온 모엣 & 샹동 그랑 빈티지 2015. [사진 모엣 & 샹동]

8년의 숙성 기간을 거져 세상에 나온 모엣 & 샹동 그랑 빈티지 2015. [사진 모엣 & 샹동]

모엣 & 샹동은 280년 역사를 가진 샴페인이다. 1743년 북프랑스 샹파뉴 에페르네 지역의 와인상이었던 클로드 모엣(Claude Moët)이 회사를 설립한 뒤, 그의 손자인 장-레미 모엣(Jean-Rémy Moët)이 하우스 경영을 맡으며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로 발전시켰다. 나폴레옹 1세가 이 샴페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도 장-레미가 하우스를 운영할 때부터다. 1799년 장 레미에게 모엣 & 샹동을 선물받고 맛에 반해 버린 나폴레옹 1세는 이후 에페르네 지역을 지날 때마다 모엣 하우스를 방문했다. 장-레미는 이후 자신의 와인을 좋아해준 나폴레옹 1세를 기리기 위해 샴페인 이름에 '황제'란 칭호를 따 '모엣&샹동 임페리얼'이라 불렀다. 모엣 뒤의 '샹동(Chandon)'은 1816년 장-레미 모엣의 딸과 결혼한 파에트 가브리엘 샹동이 샴페인 사업에 참여하면서 붙었다.

브누아 구에즈 모엣 & 샹동 셀러 마스터가 지난 3월 롯데 잠실 시그니엘에서 열린 그랑 빈티지 2015 출기 행사에서 이번 빈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모엣 & 샹동]

브누아 구에즈 모엣 & 샹동 셀러 마스터가 지난 3월 롯데 잠실 시그니엘에서 열린 그랑 빈티지 2015 출기 행사에서 이번 빈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모엣 & 샹동]

갑자기 모엣 & 샹동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올해 이들이 내놓은 빈티지 때문이다. 모엣 & 샹동은 현재 샹파뉴 지방에서 가장 큰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고, 포도 사용량도 가장 많은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생산량과 유통량이 많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생산·유통하는 샴페인 외에 한 해에 수확한 포도만 가지고 셀러 마스터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만든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어 선보이곤 한다. 샴페인계의 한정판으로 모엣 & 샹동의 경우 '그랑 빈티지'란 이름을 붙인다. 1842년부터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한 모엣 & 샹동은 지금까지 76개의 빈티지를 출시했다. 올해는 201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모엣 & 샹동 그랑 빈티지 21015’와 ‘그랑 빈티지 로제 2015’를 세상에 공개했다. 지난 3월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 '빛의 이야기(A Tale of Light)'에 참석하기 위해 모엣 & 샹동의 셀러 마스터 브누아 구에즈가 한국에 왔다. 그에게 이번 빈티지에 대해 직접 들었다.

-오랜만의 방한으로 알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으로 10년 만에 다시 왔다. 그간 도시의 모습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건축물과 도시 곳곳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물론 한국이 얼마나 역동적인 곳인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와서 보니 놀랍다. 한국은 우리가 진출한 아시아 시장 중 상당히 중요한 국가여서, 꼭 와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보고 샴페인을 어떻게 바라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이번 빈티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2015년이 어떤 해였는지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날씨가 극과 극을 오가는 해였다. 봄엔 가물었고, 여름엔 폭염이 이어졌다. 다행히 8월엔 비가 오긴 했지만, 강수량이 예전의 60%에 그쳤다. 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 변화를 완전히 느낄 수 있었던 해였다.”

-당시 날씨는 포도에 어떤 영향을 줬나.
“빈티지는 같은 해에 수확된 피노 누아, 샤도네이, 뮈니에의 서로 다른 세 가지 포도 품종을 배합해 만든다. 긴 가뭄 때문에 토양 속에 질소 함량이 적어져 샤도네이의 발효 과정에 애를 먹었다. 토양 속 질소는 포도가 잘 자라게 하는 일종의 영양분이 돼 준다. 그런데 이어진 폭염으로 오히려 포도의 성숙도가 상당히 좋아져 당도가 높아졌다.”

-이런 환경을 어떻게 샴페인에 반영했나.
“그랑 빈티지 2015는 곧 ‘2015년의 이야기’다. 그 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오롯이 담아야 한다. 우리는 풍성한 포도의 성숙도나 복합성 등을 샴페인에 그대로 녹여내면서, 동시에 모엣 & 샹동 샴페인의 특징인 신선함·가벼움을 유지해야 했다. 이를 위해선 기술적 정밀함과 감성을 균형있게 조절하는 게 중요했다. 기술적으로는 피노 누아의 배합 비중을 가장 높게 잡았다.”

한 병에 담은 기후 환경과 크리에이티브 

브누아 구에즈 셀러 마스터는 당시 일어났던 일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지난 25년간 모엣 & 샹동에 재직하며 이들이 생산하는 모든 와인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드는 제조 과정부터 언제 어떤 와인을 셀러에서 꺼내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까지 모두 그의 손과 입에서 결정난다.
-빈티지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과학과 민감성,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베이스 와인을 선택하고, 여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요소를 입히기 위해서는 결국 과학에 기반을 둔 지식과 민감한 감성적 판단이 함께 동원돼야 하기 때문이다.”

-빈티지의 경우, 출시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느낌에 따른다. 마셔봤을 때 와인이 풍부한 조화를 갖췄단 느낌이 들면 보틀링(병에 담는 것)한다. 사실 와인은 아기와 같아서 어떻게 자라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시간이 지나야 색이 멋있어지는 네거티브 필름 사진처럼 말이다. 그래서 매년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며 변화 과정을 지켜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맛의 첫 단계인 '퍼스트 레벨(First Level)’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오면 출시를 결정한다.”
모엣 & 샹동은 포도를 수확해 와인 베이스를 만들고 7~8년 정도의 숙성 기간을 갖는다. 셀러에서 보통 6~7년 동안 숙성시키고, 유리병에 옮겨 담은 뒤 추가로 1년 정도 2차 숙성 기간을 갖는다.

-빈티지는 셀러 마스터의 독창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즐겨 사용하는 레시피가 있나.
“레시피는 없다. 모든 블렌딩은 백지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물론 기본 원칙은 있다. 예를 들면 피노 누아나 샤도네이, 뮈니에의 세 가지 품종을 모두 블랜딩에 사용한다는 것. 하지만 그 해 수확한 포도 품질이나 당시 느낌에 따라 조정해 샴페인을 만든다.”

-추구하는 모엣 & 샹동만의 스타일은.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드라이한 과일의 맛, 그리고 매우 우아한 성숙도. 마지막으로는 폭넓은 풍미다. 우선 순수한 포도의 맛을 살려서 사람들이 눈을 감고 와인을 마셨을 때 그 포도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끔 하려 한다. 우아한 성숙도란 과일 맛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효소 등을 통해 와인을 숙성시키고, 또 신선한 브리오슈나 크루아상에서 나는 냄새 같은 스모키한 향을 살리고 있다.”

모엣 & 샹동 그랑 빈티지 2015 행사장의 모습. 뜨거운 햇빛과 샴페인에서 느껴지는 감성 등 2015년 당시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사진 모엣 & 샹동]

모엣 & 샹동 그랑 빈티지 2015 행사장의 모습. 뜨거운 햇빛과 샴페인에서 느껴지는 감성 등 2015년 당시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사진 모엣 & 샹동]

2015년 강렬했던 햇빛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사진 모엣 & 샹동]

2015년 강렬했던 햇빛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사진 모엣 & 샹동]

-이번 빈티지 2015의 맛을 표현한다면.
“부드러우면서도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한 탁월한 풍미가 특히 돋보인다. 부드럽고 신선한 꽃향기, 농익은 과일의 내음과 함께 신선한 견과류의 은근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매우 가벼운 산도와 쌉싸름한 쓴맛이 느껴지는 피니시(끝맛)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빈티지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는 식사 전 식전주로 마신다. 그러면 곧 만날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좀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온도는 너무 차가운 것보다는 섭씨 10~12도 정도가 좋다. 빈티지가 가지고 있는 복합성이나 풍미가 더 산다. 그리고 잔도 중요하다. 보통 샴페인을 가느다란 플루트 글라스에 마시는데, 이번 빈티지는 입구가 넓고 둥근 화이트 와인용 글라스를 추천한다. 그러면 샴페인이 숨을 쉴 수 있어 맛이 더 풍부해진다.”

-마리아주 좋은 음식을 추천해줄 수 있나.
“조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식재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좋겠다. 표면이 약간 바삭하고 육즙이 있으며 염도가 조금 느껴지는, 그런 음식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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