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마침내 제일 위로 올라섰다. 23호 홈런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MLB) 1위가 됐다. 2년 만의 MVP 재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오타니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번 타자로 출전해 7-2로 앞선 7회 초 테일러 클라크의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힘있게 날아간 타구는 중앙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오타니의 올 시즌 23호 홈런이자 MLB 통산 150호 홈런.
오타니는 최근 6경기에서 홈런 다섯 개를 몰아쳤다. 이로써 뉴욕 메츠 피트 알론소(22개)를 제치고 양대리그 홈런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추세라면 51개까지 가능하다. 오타니의 개인 최다 홈런은 46개(2021년)다.
타점 부문에서도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라파엘 데버스(보스턴 레드삭스·56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타율 0.301을 기록하면서 데뷔 첫 3할 타율 진입도 바라보고 있다. OPS(장타율+출루율)에서도 1.011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타니는 캔자스시티 선발인 우완 마이크 메이어스를 상대로 세 타석 연속 안타를 치지 못했다. 1회 중견수 뜬공을 쳤고, 3회와 5회엔 2루수 땅볼에 그쳤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선 하마터면 병살타를 기록할 뻔했으나 빠른 발을 살려 1루에 먼저 도착했다. 이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돼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홈런포를 터트렸다. 9회엔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7회 3점, 8회 3점을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9회 초 1점을 올렸지만, 9회 말에 두 점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캔자스시티 내야수 사마드 테일러는 MLB 데뷔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10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AL) MVP를 수상한 오타니는 지난해 투표에선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에 밀려 2위에 그쳤다. 투표인단은 투타겸업으로 선전한 오타니보다는 약물을 하지 않은 선수 최초로 60홈런을 친 저지의 성적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지난 16일 "오타니가 지난해 MVP가 되지 못한 이유를 누군가 설명해 달라"며 "아무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야말로 MVP를 받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오타니의 성적은 MVP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타격 뿐 아니라 투구도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14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105개.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낸 지난해(28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탈삼진 219개)만큼은 아니지만 에이스다운 모습이다.
'안타를 맞지 않는 능력'은 리그 최고다. 현재 오타니의 피안타율은 0.178로 1위다. MLB.com에 따르면 오타니는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피안타율과 홈런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선수 능력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에서도 오타니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WAR을 제공하는 베이스볼레퍼런스(4.7)와 팬그래프닷컴(4.4) 모두 1위다.
반면 오타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저지는 부상으로 주춤하다. 지난 4일 LA 다저스전에서 오른 엄지 발가락을 다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19개로 AL 홈런 1위였지만, 오타니에게 선두를 내줬다. 혈장주사를 맞으며 인대 회복에 전념하고 있지만, 아직 복귀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