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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서거했는데...바이든 뜬금없이 "여왕에게 신의 가호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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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외부 일정 중 뜬금없이 "여왕에게 신의 가호가 있길(God save the Queen, man)"이라며 지난해 서거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가리키는 듯한 실언을 해 혼란을 빚었다.

AFP 통신·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네티컷주(州) 웨스트 하트퍼드에서 열린 총기규제 개혁 관련 행사에 참석해 '공격용 무기' 금지를 비롯한 대응책을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준비된 발언 도중 "나도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지않는다는 걸 안다, 나는 103살보다는 어리다"라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문제는 행사 말미에 촬영한 단체 사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촬영을 마친 뒤 갑자기 "이봐, 여왕에게 신의 가호가 있길"이라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여왕 폐하 만세'라는 뜻으로, 영국의 국가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향한 찬가다. 다만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고 장남 찰스 3세가 즉위함에 따라 국가는 현재 왕을 지칭하는 '갓 세이브 더 킹'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지칭한 경우, 외교적으로 큰 결례를 범한 것으로 간주한다.

뜬금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현지 매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술렁이고 있다. AFP통신은 "매우 이례적인 즉흥 발언을 해 관중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면서 "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여왕을 의미하는지, 무슨 이유에서 이 발언을 던졌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독립해 나온 국가에 동일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행사를 마무리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공화당에선 비판이 이어졌고, 정치매체 '데일리시그널'의 칼럼니스트 로만잰코스키는 트위터에서 "누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승계자를 지명하는 절차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겠냐고 지적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군중 속 누군가에게 답변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80세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실언으로 적잖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개최국인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50개 주로 이뤄진 미국의 주(州)가 54개라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엔 백악관 어린이 방문행사에서 즉석 질의응답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한 채 머뭇댄 적도 있다. 불과 2주 전 자신 조상들의 고향인 아일랜드를 다녀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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