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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범기간에 마감세일?…"초진 마지막 기회" 홍보전

중앙일보

입력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 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 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9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환자가 제한됩니다.”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비대면 진료 관련 한 플랫폼에는 의사들이 볼 수 있는 공지 중 일부로 16일 이런 내용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의사 A씨는 “계도기간이라는 허점을 노려 시범사업 이전처럼 초진·재진 구분 없이 진료하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1일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일부에서는 초진·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은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는 그 병원에서 이전에 진료를 본 적이 있는 재진 환자(만성질환자 1년 이내, 그 외 환자 30일 이내)에 한해 허용된다. 하지만 석 달이라는 계도기간이 주어지면서 이를 틈타 현장에서 편법 진료가 목격되고 있다.

“살 뺄 마지막 기회” SNS 홍보…계도기간 내 혼란 계속

최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는 일부 의원 등이 “비대면 진료로 처음 진료할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기간 이후부터는 재진 환자만 받을 수 있다”라며 다이어트 치료 등을 홍보하고 있다. 한 블로그에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라는 알림 글도 올라와 있다. 20대 직장인 최모(여)씨는 “재진이 안 되는 9월 전에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대상은 재진 환자”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허용됐기 때문에 초진 불가 원칙이 환자나 의료기관에 제대로 전달 안 된 측면이 있을 수 있어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도기간을 마련한 것이다"라며 "8월 31일까지 초진을 허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상 환자를 재진 환자로 제한한 복지부 자료. 복지부 보도자료

대상 환자를 재진 환자로 제한한 복지부 자료. 복지부 보도자료

현장에서는 명확한 지침을 전달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성민 SNU현대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계도기간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어길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 기간 법제화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사전 점검해보자는 취지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의성이 확인되거나 계도기간을 의도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면 관련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적절한 시범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범사업 참여를 제한받을 수 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복지부는 계도기간 동안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필요한 여러 정책 자료를 산출해나갈 계획이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출범

지난달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 협의에서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 협의에서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대회의실에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간담회를 열었다. 이는 시범사업이 지난 1일 시작된 뒤 관련 업계가 한데 모인 첫 자리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의‧약 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애플리케이션(앱) 업계, 전문가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간담회 전날인 지난 15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측은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 주도로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은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날 간담회는 상견례 성격이 있는 만큼 업계별 의견을 복지부에 전달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코로나19 기간 한시 허용 때와는 달리 재진 환자로 한정된 진료 대상과 약 배송 제한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플랫폼 측은 초진 불가 원칙으로 인해 제약이 생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문제 삼고 있다. 회원사 닥터나우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전 19.3%이던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 비율은 최근 7.3%까지 줄어들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육아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부모 중심으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자문단 의견 등을 반영해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제2차관은 “자문단에서 제시되는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시범사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발전시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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