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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가 뭐길래…‘슈테크’ 열풍에 미술관서 전시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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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18면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전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전시의 하이라이트 ‘아워 월(Our Wall)’. 희귀 스니커즈 총 364개가 전시됐다. [사진 구본숙]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전시의 하이라이트 ‘아워 월(Our Wall)’. 희귀 스니커즈 총 364개가 전시됐다. [사진 구본숙]

5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전이 열린다. 지난 2021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기획돼 네덜란드 덴보쉬, 대만 타이베이를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도대체 스니커즈가 뭐길래, 미술품도 아니면서 클래식함의 상징인 세종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까지 여는 걸까.

스니커즈 리셀 시장, 2025년 7조  전망

요즘 MZ세대에게 스니커즈는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대중문화 아이템이자 투자방법 중 하나다. MZ세대 신조어 중에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슈테크(슈즈+재테크)’가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산 뒤 되팔면서 프리미엄을 얹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2020년 7월 명품 브랜드 디올이 나이키와 협업해 선보인 운동화 ‘에어 디올’은 추첨을 통해 전 세계 8000명에게만 판매됐는데 당시 판매가격은 300만원(하이), 270만원(로우)이었지만 공개 직후 리셀 가격이 2000만원을 기록했다.

1984년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을 위해 제작한 ‘에어 조단1 오리지날’.

1984년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을 위해 제작한 ‘에어 조단1 오리지날’.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고파는 리셀(resell) 시장도 형성돼 있다. 2016년 미국에서 시작한 리셀 전문 플랫폼 스탁엑스에선 지난해에만 전 세계 회원들을 대상으로 4000만 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크림과 솔드아웃 두 개의 플랫폼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1월 크림이 발표한 ‘2022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크림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스니커즈는 ‘나이키 에어포스1 07 로우 화이트’로 전년 대비 거래량이 무려 500% 이상 증가했다.

소더비 같이 권위 있는 경매 시장에서도 스니커즈는 인기 아이템이다. 지난해 소더비에선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설립자인 버질 아블로 타계 1주년을 맞아 그의 유작 ‘루이비통×나이키 에어포스1’ 200족의 경매를 진행했는데 최고 낙찰가 35만 달러(약 4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최근 뉴발란스 매니아들 사이에선 작은 소동이 일고 있다. ‘992’ 모델의 리셀가가 폭등하면서다. ‘뉴발란스 992’ 모델은 지난 2006년 첫 출시 후 애플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신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9월 한정판으로 재출시 되고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그 결과 출시가격은 25만9000원이었지만 현재 리셀가는 60만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는 2019년 20억 달러(약 2조5400억원)였던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25년에는 60억 달러(약 7조64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운동화 모으는 이유? 보고만 있어도 좋아”

디자이너 헬렌 커쿰이 재활용 소재와 재고를 사용해 만든 맞춤형 스니커즈. [사진 ihkim13·Rachel Dray]

디자이너 헬렌 커쿰이 재활용 소재와 재고를 사용해 만든 맞춤형 스니커즈. [사진 ihkim13·Rachel Dray]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도대체 한정판 스니커즈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을 운영하는 국내 스니커즈 전문 유튜버 와디(본명 고영대)는 신지도 않을 거면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 모으는 컬렉터들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림을 사는 것과 똑같은 이유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우리 아버지 세대도 쓰지도 않을 우표를 모았고, 새로 나온 우표를 사기 위해 갖고 있던 우표 중 적당한 것을 팔아 돈을 충당했다. 가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개의 가방을 갖고 있지만 예쁜 가방을 보면 또 사지 않나. 요즘 아트 페어에 가 보면, 젊은 컬렉터들은 대부분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고 있더라.”(웃음)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전시가 스니커헤즈(스니커즈 컬렉터)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유도 ‘전설’로 불리는 제품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버질 아블로가 나이키와 협업한 ‘더 텐(the 10)’ 시리즈를 비롯해, 유례없이 40여 년 동안 37개 버전으로 출시된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를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가 미국 래퍼 릴 나스와 공동 제작한 ‘사탄’과 ‘지저스’ 스니커즈도 눈길을 모은다. ‘사탄’은 나이키 에어맥스97 모델을 개조해 운동화 밑창에 사람의 혈액 한 방울을 넣어 제작했다고 해서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제품이다. 반면 ‘지저스’는 요르단 강의 성수를 넣어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선 두 켤레가 나란히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아워 월(Our Wall)’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와디와 이태원의 스니커즈 부티크 칩스의 소장품, 그리고 이들이 전 세계 지인들로부터 빌려온 364족의 스니커즈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직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이곳을 채운 스니커즈의 가격만 토탈 약 11억원 어치에 달한다. 일례로, ‘아워 월’ 옆에 독립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스니커즈는 전 세계 딱 12족만 있는 희귀품이다. 나이키가 2018년 ‘에어 조던1 하이’ 모델로 블랙 토(black toe) 컬러웨이를 개발하면서 샘플로만 제작해 디자인 스튜디오팀 12명에게만 제공했던 제품으로 현재 리셀가는 최소 8000만원이다.

런던 뮤지엄에서 처음으로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리가야 살라자르는 “스니커즈가 어떻게 스타일의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 구석구석에 비치된 영상에는 1970~80년대 힙합 뮤지션과 그들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 있는데,  돈이 별로 없던 거리의 청년들이 여자 친구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트랙수트(추리닝)에 스니커즈를 매치하게 된 사연이나 1개의 스니커즈를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색깔과 넓이의 끈을 어떻게 연출하게 됐는지 등의 스토리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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