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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돌오돌 식감에 깔끔한 맛, 신종 K-전복버거 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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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24면

이택희의 맛따라기

전복 패티를 굽는 최성훈(오른쪽) 셰프와 원천 레시피 개발자 채성태씨. [사진 이택희]

전복 패티를 굽는 최성훈(오른쪽) 셰프와 원천 레시피 개발자 채성태씨. [사진 이택희]

6월 18일은 ‘지속 가능한 미식의 날(Sustainable Gastronomy Day)’이다. 2016년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해 제정했다. 그해 수립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행동계획의 한 분야다. 인류의 식생활을 지속 가능하게, 식물성 위주로 전환해 물을 절약하고 삼림 벌채를 줄여 식량안보, 농업개발, 생물다양성 보존을 촉진하자는 게 취지다. 이를 위해 지역 생산자를 돕도록 식품을 고르고, 식품낭비를 줄이며, 재료를 아끼는 전통 요리법(Gastronomy)을 지키고 활용하길 권장한다.

유엔이 ‘음식의 지속 가능성’을 의제로 설정했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고다. 한쪽에서는 기아가 생존을 옥죄고, 다른 쪽에서는 육식편중과 영양과잉, 식품낭비(음식물쓰레기)가 사회적 숙제다. 식물성 식생활을 수천년 이어온 우리나라에서도 육식 확장 속도는 빠르다. 어떤 편식도 좋은 습관이 아니지만, 지나친 육식 편중은 개인이나 지구 생태계 건강에 큰 부담을 준다.

미국선 소고기 패티 넣어야 햄버거

전복버거.

전복버거.

‘햄버거 커넥션’이 상징적이다. 햄버거 만들 소고기 생산을 위해 사료 재배와 목초지를 만들 목적으로 중남미에서 대규모로 숲을 파괴해 개간하는 현상을 말한다. 늘어난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전 세계 소가 한 해 배출하는 메탄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라고 한다. 지구에서 생산하는 곡물의 3분의 1을 소가 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소고기 중심의 육식은 지구와 인류에게 무거운 대가를 요구한다.

햄버거 발상지 미국에서는 소고기 패티가 기본조건이다. 소고기가 아니면 샌드위치가 된다. 햄버거가 세계로 퍼지면서 ‘햄버거 커넥션’ 같은 논란 때문인지, 현지인들 입맛 때문인지 ‘소고기 패티’ 원칙이 점차 느슨해진다. 새우·치킨·치즈 같은 걸로 만들어도 ‘버거’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주한미군 호텔 식당에는 순 식물성 버거도 있었다. 이름은 ‘버거 너머(Beyond Burger)’. 한국식 버거도 생겼다. 불고기버거, 밥버거가 이미 익숙하다.

최근 새로운 한국형 버거가 또 등장했다. 전복버거다. 통영 동피랑에는 통전복을 버터에 구워 패티 대신 넣은 버거가 있다. 제주 동문시장 야시장에는 작은 전복을 구워 꼬치에 꿴 다음 햄버거에 장식처럼 꽂아주는 방식도 있다. 여기까지는 과도기 형태다.

올해는 전복 패티가 들어가는 완성형 전복버거가 서울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 1월 2일 삼각지에 문을 연 ‘한강버거’에서 개발했다. ‘한강’은 강이 아니라 주인 이름이다. 버거 하나에 ㎏당 18미(1미 55~60g) 중전복 2미가 들어가는 전복버거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전복 살을 칼로 잘게 자른 다음 믹서로 성글게 갈아 삶아 으깬 감자와 섞고, 전분·소금·후추를 약간 첨가해 반죽으로 버무린다. 으깬 감자는 구웠을 때 고소함을 더해준다.

②패티를 빚어 버터 바른 철판에서 약불로 10분 정도 굽는다. 구우면서 마른 로즈메리 잎을 흩뿌리고, 주변으로 흐르는 버터와 로즈메리를 계속 걷어 올려 패티에 끼얹는다.

③브리오슈 번을 갈라 버터 바른 철판에 한 번 굽고 빵 사이에 타르타르소스, 바비큐소스, 버터헤드상추, 피클, 패티, 콜슬로를 차례로 올려 완성한다. 콜슬로는 적채와 양배추를 가늘게 채 썰어 유기농 사과식초에 1~2일 절인 후 마요네즈에 버무린다.

전복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들.

전복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들.

이 버거는 전복 알갱이가 씹을 때마다 오돌오돌 탄력있게 저항해 원형 햄버거와 다른 질감이 재미있다. 고기보다 기름기가 덜해 맛이 깔끔하고, 버터에 익은 감자 향은 구수하다. 소스와 콜슬로가 함께 어우러지는 전체의 맛도 낯설지 않다.

원천 레시피는 전복 음식에 몰두해 27~28년 동안 별별 궁리를 다 하는 채성태(56)씨 작품이다. 그의 전복 음식 첫 성공작은 한약재와 채소 달인 물에 생닭과 활전복을 껍질째 넣고 맑게 끓인 ‘해천탕’이다. 요즘엔 궁중음식이란 수식어까지 붙어 전국에서 팔리는 이 음식은 1997년 무렵 나온 개인 창작요리다. 채씨가 전복 잡는 해녀들에게 배워 개발하고, 2005년 6월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했다.

외국인 “버거 어디서 배웠냐” 질문도

지난해엔 전복을 다져 전으로 부치는 요리법을 개발해 서울 충무로에 여러 가지 전을 코스로 내주는 주점 ‘미선네’를 열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전복내장 샐러드, 중국풍 전복절임, 송이버섯과 양파·피망을 곁들인 전복 버터구이, 전복찜, 전복장, 전복장조림, 전복통조림, 전복솥밥, 전복포 등을 만들어 손님상에 냈다. 삼각지에서 오마카세 횟집 ‘작은수산시장’을 운영 중인 그는 요즘도 전복으로 소시지, 즉석포, 반건조분말, 저온튀김 등 신제품을 개발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전복 패티 원천 레시피로 완성품을 만든 요리사는 최성훈(48)씨다. 그는 맞벌이 부모님 대신 동생과 끼니를 챙기느라 어릴 적부터 요리를 했다. 하다 보니 좋아서 배우려고 한·양식을 가리지 않고 여러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음식의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 2007년부터 3년간 미국 디트로이트에 가서 치킨·스테이크 전문점과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도 했다. 레스토랑에서 수제 햄버거를 익혔다.

‘한강버거’는 개업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이후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 매출 40%를 담당하는 대표상품은 소고기 100% 패티가 들어가는 바비큐버거. 소고기의 영토를 전복버거는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주말 손님은 8할이 외국인인데 “햄버거를 어디서 배웠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hahnon2@naver.com 전 중앙일보 기자. 늘 열심히 먹고 마시고 여행한다. 한국 음식문화 동향 관찰이 관심사다. 2018년 신문사 퇴직 후 한동안 자유인으로 지내다가 현재는 경희대 특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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