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자 - 김계령'금빛 모녀'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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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백옥자(左) 여자 감독과 그의 딸인 여자농구 대표팀 주장 김계령. [점프볼 제공]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노리는 한국 선수단은 막강 '우먼 파워'가 이끌고 있다. 정현숙 단장과 이에리사 총감독, 그리고 백옥자 여자 감독이 모두 여성이다. 더구나 백 감독의 딸 김계령은 여자농구대표팀 주장이어서 최초의 '모녀 파워'까지 과시하고 있다.

백옥자(55)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여성 최초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이다.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 여자 투포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백 감독은 74년 테헤란 대회에서는 2연패에 성공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은 테헤란 대회 이후 32년 만에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다. 중동의 한복판에서 '아시아의 마녀'라는 애칭을 얻은 백 감독이 이번에는 여자 감독으로서 다시 뜨거운 서쪽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백 감독은 "애 다섯을 낳아 나라에 바치겠다"는 농담을 했다. 그녀는 이듬해인 75년 결혼했고, 79년 딸을 낳았다.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일곱 살짜리 딸은 서른다섯의 나이에 투포환 4위에 오른 엄마를 지켜봤다. 딸은 무럭무럭 자라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가 됐다. 김계령(27.1m90cm)은 여자농구팀 주장이자 주전 센터다. 그녀는 어머니에게서 힘을, 아버지에게서는 높이를 선물로 받았다. 아버지는 건국대 농구선수 출신인 김진도(55.1m86cm) 부천대 교수다.

한국에서 모녀가 감독과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김계령에게 도하 대회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이다. 그녀는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당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전체 2위에 올랐다. 비록 팀은 13위의 초라한 성적을 냈지만 김계령은 "근성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계령은 "엄마가 현지에서 응원해 주실 생각을 하니 힘이 난다"며 "주장으로서 맞이하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특별하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98년 방콕 대회에서 동메달,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땄으니 이번에는 금메달을 딸 차례다.

백 감독은 "딸이 열심히 준비해 왔다는 걸 안다"며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리라 믿는다. (서울대회 이후) 20년 만에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나도 선수단 살림을 꼼꼼히 챙겨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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