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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 해주고, 외부 소음 차단…전기차 시대 ‘시트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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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아차 ‘EV 9’

기아차 ‘EV 9’

자동차에 앉자마자 경험하게 되는 시트가 ‘진화’하고 있다. 승차감과 편의성은 기본, 지능형 마사지와 외부 소음을 차단해 주는 스피커도 장착됐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제품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첫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에 재활용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를 대거 적용했다.

특히 시트 소재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폴리우레탄(PU)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EV9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가죽 시트를 바이오 PU로 대체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을 앞세우는 전기차에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이 있는 가죽 소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편의 기능도 추가된다. 기아는 EV9 2열과 3열 시트가 서로 마주 보게 하는 스위블 시트와 릴렉션 시트를 옵션으로 고르게 했다. 릴렉션 시트에는 가정용 안마 의자 못지않은 마사지 기능이 있다.

스웨덴 볼보는 지난해 가죽이 없는 모델인 C40 리차지를 선보인 바 있다. 가죽 대신 스웨덴산 양모를 이용해 시트 등받이를 만들었고,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기반 재료로 내부를 꾸몄다. 이를 위해 스위스 천연섬유 가공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3월 전기차 ID.3를 공개하면서 시트 커버에 재생 원료 71%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얻은 2차 원료 소재다. 폭스바겐 측은 “외관과 내구성 등 기능 측면에서 기존 소재에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편의와 재미, 안전 기능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최근 국내에 출시했는데 머리가 닿는 시트 부분에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스피커 두 대를 장착했다. 최대 1000헤르츠(㎐) 주파수 소음을 제거하는 신호를 음속보다 빠르게 만들어 운전자의 귀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랜드로버 측은 “조수석 승객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국내에 선보인 픽업트럭 GMC에는 오른쪽 차선을 바퀴가 밟으면 오른쪽 엉덩이에 진동을 주는 안전 기능이 추가됐다.

독일 BMW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의 완전변경 모델 뒷좌석에 여객기 일등석에 버금가는 시트를 적용했다. 열선과 통풍 기능은 물론, 8개 프로그램으로 고를 수 있는 마사지 기능이 있다.

첨단 기능이 더해지면서 시트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시트·변속기 제조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의 지난해 시트 관련 매출이 3조5655억원으로 전년보다 42%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시트 표면에 미세 돌기를 만들어 오염을 방지하는 표면처리 기술, 피마자 씨나 녹말가루 같은 소재를 활용해 새 차 증후군 유발 물질(VOC)을 줄여주는 폼패드 등 천연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앞으로 4년간 한국신발피혁연구원·한국섬유소재연구원·충남대 등과 함께 ‘미래차용 친환경 소재·응용제품과 폐가죽 리사이클 기술 개발’ 국책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친환경·고기능 시트 개발 로드맵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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