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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리모와, 125년간 한 우물만 판 브랜드 여정을 보여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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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독일의 프리미엄 여행 가방 리모와가 브랜드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일본 도쿄에서 특별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의 이름은 ‘RIMOWA, SEIT 1898’. SEIT(자이트)는 ‘~부터’란 뜻의 독일어. 지난 6월 9일 시작해 18일까지 열흘 동안 도쿄 하라주쿠 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 이름처럼 1898년 시작해 1세기 이상 발전해온 브랜드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 트렁크가 주인공이다.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아 알루미늄 케이스를 완성한 만큼 항공기 모형과 트렁크를 함께 전시해 시선을 끈다. [사진 리모와]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아 알루미늄 케이스를 완성한 만큼 항공기 모형과 트렁크를 함께 전시해 시선을 끈다. [사진 리모와]

역사 속 귀한 수트케이스 100여 점 선보여 
공항의 탑승 수속 카운터를 연상시키는 입구에 들어서면 지난 125년간 리모와가 선보인 역사적 제품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방대한 아카이브에서 세심하게 고른 제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모듈 형태의 디오라마(diorama)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디오라마는 특정 대상을 같은 크기 또는 일정한 비례로 축소해 실물처럼 모형화한 것을 말한다. 리모와의 트렁크와 모형 항공기를 함께 배치하거나, 진열 제품 뒤에 배경을 삽입해 입체감을 살린다. 배경의 주제에는 제한이 없다. 리모와는 브랜드의 정체성이기도 한 알루미늄 소재와 폴리카보네이트, 장인 정신이 드러나는 제작과정, 특정 장소와 사람 등이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배경을 꾸몄다.

공항 탑승 수속 카운터를 연상시키는 입구. [사진 리모와]

공항 탑승 수속 카운터를 연상시키는 입구. [사진 리모와]

완성한 디스플레이 안에는 패티 스미스∙로저 페더러 같은 유명인의 소장 제품, 디올∙수프림∙포르쉐 등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진열했다. 바이올린이나 와인 등을 담을 수 있는 스페셜티 케이스, 영화 ‘미션 임파서블 4’에 등장한 브리프 케이스 등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1950년 처음 도입한 그루브(가방 본체에 기다랗게 홈을 낸) 디자인 제품을 모은 공간은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제품 배치도 흥미롭다. 알루미늄 케이스를 만들기 전 1940년대 초창기 수트케이스 모델부터 현대의 아티스트가 재해석한 알루미늄 아트워크까지 긴 세월의 간격을 보여주기도 하고, 음악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공간에 1960년대 제작한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와 미국 출신 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특별 주문한 키보드 케이스를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사운드 스테이지 디오라마 섹션. 음악과 관련한 여러 종류 케이스를 한데 모았다. [사진 리모와]

사운드 스테이지 디오라마 섹션. 음악과 관련한 여러 종류 케이스를 한데 모았다. [사진 리모와]

패티 스미스에게 빌려온 수트케이스. [사진 리모와]

패티 스미스에게 빌려온 수트케이스. [사진 리모와]

예술이 된 알루미늄 수트케이스 
리모와가 팬데믹 기간 기획해 큰 호응을 얻은 A‘ s Seen By’ 전시 속 작품도 이번 SEIT 1898 전시 공간의 한 축을 차지한다. 리모와는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알루미늄 수트케이스의 원자재와 제품 그 자체를 재해석할 기회를 준 바 있다. 이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산업 디자이너에 이르는 작가 여럿은 각자의 개성과 독창적 시각을 살려 예술 작품을 완성했다. 실용적이라 할 순 없지만 리모와가 추구하는 장인정신∙혁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기에 제격인 작품이다. 한국의 김현희 작가가 완성한 알루미늄 장식장이 이번 전시 목록에 포함된 것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를 분해해 보여주는 공간. 리모와의 상징적 부품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다. [사진 리모와]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를 분해해 보여주는 공간. 리모와의 상징적 부품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다. [사진 리모와]

리모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브랜드가 보유 중인 역사적인 제품을 독일 본사에서 공수했다. 가짓수만 해도 100점이 훌쩍 넘는다. 더불어 리모와는 ‘친구들’이라 부르는 여러 공인에게 실제 그들이 사용 중인 제품을 빌렸다. 긁히고 닳고 움푹 팬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일부러 광을 내거나 수선하지 않았다. 그러한 흔적 또한 사용자가 만든 추억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리모와의 제품 앤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 에밀리 드 비티스는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번 전시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리모와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교하고 꼼꼼한 제작기법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여행 경향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혁신성까지 갖추었다. 그 점이 리모와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일본 도쿄에서 진행 중인 ‘리모와, SEIT 1898’ 전시장 전경. [사진 리모와]

일본 도쿄에서 진행 중인 ‘리모와, SEIT 1898’ 전시장 전경. [사진 리모와]

리모와 SEIT 1898 전시 개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코로나 범유행이 종식된 후 사람들은 집을 떠나며 여행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며 가방 판매도 호조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리모와의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122% 성장했다.
1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인 만큼 리모와는 이번 리모와 SEIT 1898 전시를 뉴욕(9월), 리모와의 시작점인 독일 쾰른(2024년 봄)에서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여행의 트렌드, 이에 따라 진화하는 여행 가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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