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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진술 거부를 하라"…재판부, 김만배에 호통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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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대유 1의 소유자로 알려진 김만배 씨는 지난 2월 구속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5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법 사건에 증인으로 나섰다. 뉴스1

화천대유 1의 소유자로 알려진 김만배 씨는 지난 2월 구속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5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법 사건에 증인으로 나섰다. 뉴스1

“증인, 이렇게 증언하실래요 자꾸? 지난 기일에도 말했는데 사실이 아닌거 말하려면 진술 거부하라고 했어요. 자꾸 질문에 적응하면서 답변하시면 신빙성 판단이 안되잖아요. 8억 7000만원을 무슨 정보 확인하는데에, 선거전에 썼다는 겁니까?”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정민용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15차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김만배씨는 재판부의 호통을 들었다. “앞뒤 진술이 모순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였다.

“돈 전달은 안했지만 인정은 하겠다”는 김만배

 이날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기간에 남욱 씨가 마련한 자금을 김씨를 거쳐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남욱씨가 1억 5000만원 현금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심리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돈을 전달받았다거나 전달했다는 사실은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씨는 2014년 지방선거 자금으로 남욱이 ‘서울고등학교 앞 탐앤탐스에서 1억 5000만원을 김만배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유동규 전 본부장이 ‘정자동 카페에서 김만배를 만나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 “모두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에서 조사받을 땐)‘남욱은 돈을 줬다고 하고 유동규는 받았다고 하니 맞겠죠’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2014년 남욱에게서 1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저는 8억 7000만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준 사람이 12억 5000만원이라니까 인정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공무원에 돈 준 적 없다”는 김만배에 “유동규는 공무원 아니에요?” 지적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관련된 사건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라, 증인석에 앉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증언거부권이 있다. 그러나 그는 증언 거부를 하지 않고 모든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재판부가 “입장이 아니라 기억을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당부했음에도 김씨는 두루뭉술한 답을 반복했고, 결국 ‘8억 7000만원’의 용처를 확인하던 재판부는 재차 강하게 지적했다. 조병구 부장판사가 “8억 7000만원은 본인이 썼다는 건데, 어떻게 썼는지 말씀해줬으면 좋겠다”고 짚자 김 씨는 “성남 지역 유력자와 토호들…”이라고 답했고, 조 부장판사는 “유력자 토호 누구한테 줬다는 거냐”며 구체적인 답을 구했다.

그러나 여기에 김 씨가 “돌아가신 최ㅇㅇ 회장님…”이라고 답하자, 조 부장판사는 “돌아가신 분한테 썼다는 거에요? 사실이 아닌 걸 말하려면 진술거부를 하라”고 말했다. 재차 8억 7000만원을 시 동향 파악을 위해 공무원에게 줬다는 건지 묻는 질문에 김 씨가 “아니요 공무원 준 적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조 부장판사는 “유동규는 공무원 아니에요?”라고 지적하자 김씨가 “유동규한테도 준 적 있습니다”라고 시인하며 일단락됐다.

정치인 관련 돈은 모두 부정

 김씨는 정치권과 연결된 혐의에 대해선 모두 “아니다”고 부정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유동규가 돈 필요한 줄 알고 전달했을 뿐, 그 돈을 김용·정진상에게 줬다는 건 선거가 끝난 뒤 유동규에게 들었다”며 자신은 정치자금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순진리회에 2억 3000만원 줬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역 정보활동에 제가 다 썼고, 대순진리회에 준 건 2000~3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강한구·최윤길 시의원에게 각각 5000만원, 6000만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도 부인했고, 2020년 7월 정영학 회계사와 통화한 내용 중 ‘토·일요일은 시의원들과 골프 쳐줘야지’라고 말한 대목이 있지만 “골프 친 시의원은 없고, 당시 제 역할을 크게 부각시키려고 호기부린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골프는 태광CC에서만 쳤다”고 말했는데 뒤에선 “배성준 기자, 남욱과 함께 안성 큐 골프장에 갔다”고 말하거나, “유동규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다는 생각은 안했다” 면서도 “이후에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 도움이 될 목적으로 유동규를 데리고 대순진리회 고위 서열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해줬다”고 진술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계속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검찰 주신문에 이어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들은 “증인이 돈을 전달한 사실이 진짜로 없어서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아닌가”물었고, 김씨는 “검찰 조사 당시에는 유동규가 사실이 아닌 걸 끼워넣어 주장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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