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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보훈부 '제1과제'로 "70년 방치 서울현충원 재창조" 제시

중앙일보

입력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새 출범한 부처의 우선과제로 ‘서울현충원 재창조’를 꼽았다. 보훈부는 지난 5일 '부'(部)로 승격에 맞춰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운영 주체를 국방부로부터 넘겨받기로 했다. 이곳을 완전 개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범 계기 출입기자단 정책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범 계기 출입기자단 정책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현충원, 365일 중 하루만 반짝…시민 품으로 자리매김해야" 

박 장관은 1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보훈부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현충원을 호국의 성지일 뿐 아니라 젊은이 등 우리 시민,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반드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12개 국립묘지 중 유일하게 국립묘지법상 국방부 소관으로 남아있는 서울현충원의 경우 국회에서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운영권을 보훈부가 이어받는다. 현재 국회 국방위와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는 이 같은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박 장관은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현충원이 폐쇄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 서울현충원은 지난 70년 동안 매년 365일 중 현충일인 6월 6일 하루만 반짝하고 나머지 364일은 사실상 방치된 거나 다름없었다”며 “이제는 시민 품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나라사랑 및 호국 안보의식 고취 국토종주 해단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나라사랑 및 호국 안보의식 고취 국토종주 해단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보훈부는 16일 건축·조경·도시계획·생태·교통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현충원 재창조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이달 말까지 세부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서울현충원 앞에 장애물처럼 자리한 큰 도로를 어떻게 바꿀지, 동작대교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70년간 폐쇄돼있어 보존이 잘 된 산을 수목원으로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수목원부터 카페테리아까지…복합문화 공간 활용 계획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영국 국립추모수목원(National Memorial Arboretum)을 예로 든 박 장관은 “장기적으로 준비한다면 추모시설도 수목원과 갤러리, 공연장, 카페테리아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훈부는 서울현충원에 한강공원 등과 연결된 '하늘추모길'을 설치하는가 하면, 잔디광장을 활용해 보훈문화 행사도 연중 개최할 계획이다. 서울현충원과 용산 호국보훈공원, 광화문을 연결하는 '호국 역사로드' 조성도 추진된다. 보훈부 관계자는 “서울현충원 공간 개조 프로젝트는 '국제지명 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성 등에서도 활용된 방식으로 해외 유명 설계가들의 공모를 유도할 수 있다.

"한·일 관계 최근 에너지…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도 성과 기대"

박 장관은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사업에서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장관은 “기록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 일본에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어디 있는지 유의미한 정보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한·일 관계가 여러가지로 상당히 에너지가 있어 의원 외교 등으로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가짜 독립유공자'를 가려내기 위한 전수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박 장관은 “단 한 명의 가짜 독립유공자도 용납이 안 된다”며 “조만간 새 공적심사위원회가 출범하면 그간 논란이 된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부터 시작된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 사업은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 가운데 여전히 진행 중 과제로 남아있다. 전체 서훈 대상자 1만 5000명 중 현재 조사가 완료된 인원은 20%에 불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지난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범 현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현판 제막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지난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범 현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현판 제막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또 현재 행정안전부의 3·1절 및 광복절 기념식 주관 업무를 보훈부로 이관하는 부처 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보훈부에서 이들 행사를 하는 걸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다”며 “이건 부서 간 싸움이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방부 소속 기관인 전쟁기념사업회가 담당하는 전쟁기념관의 관리 역시 보훈부가 맡아야 한다는 게 박 장관의 생각이다. 박 장관은 “전쟁기념관은 국방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전쟁의 상처와 실상을 보면서 후세 사람들이 전쟁을 기억하고, 어떻게 발발됐고, 누구의 책임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누가 관할해야 하는지가 명명백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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