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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계공시 거부하면 세액공제 끊는다…노동계 즉각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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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 노동조합이 회계공시를 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끊기로 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에 다시 시동이 걸리면서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입법예고를 거쳐 8월 중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노조비에 대해선 노조의 투명성 의무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기부금이 1000만원을 넘으면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학교 등 다른 공익법인 기부금은 결산결과 공시 등 투명성 의무 이행 요건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만큼 형평성 문제가 줄곧 지적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조도 ‘국민의 세금으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회계의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는 원칙의 예일 수는 없다”며 “노조도 국민 혈세 지원에 상응하는 투명한 회계 관리의 책임성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조합원과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부터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조 또는 산하 조직은 연내 구축될 예정인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서류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해당 노조 또는 산하 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상급단체가 산하 조직도 마찬가지로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공시를 거부하면 산하 노조들 역시 덩달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각 노조는 공시시스템에 매년 4월 30일까지 결산서류를 공시해야 하고, 연말까지 고용부 장관이 공시 여부를 확인해 원천징수 의무자와 노조, 국세청장에게 통보하게 된다. 이번 개정 사항은 올해 결산서류를 공시한 노조에 대한 2024년 회비 납부분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노조법 시행령도 개정해 회계 전문성과 공시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지금은 회계감사원의 자격·선출 규정이 별도로 없어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가 임의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론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규정해 전문성을 더했다. 또한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대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결산 결과 및 운영상황 공표 방식도 구체화했다. 지금도 노조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 등을 공표해야 하지만, 시기와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조합원 알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이에 공표 시기를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내’(회계사·회계법인 감사는 3개월 내)로 구체화하고,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표하도록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시행령 개정안의 목적은 지원이 아닌 협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말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싶다면 회계 시스템을 개발해 시기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회계 담당자들을 교육하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런 과정 없이 정부 사이트 하나 만들어놓고 결과 보고서만 올리라 하고, 불응하면 지원금을 끊겠다거나 세제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은 회계 투명성 제고에 도움은커녕 반발만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대통령의 노조 공격 말 한마디로 만들어진 시행령 개정안”이라며 “위헌·위법적인 개정 시도를 중단하고 입법 예고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노사 관행 개선자문단을 통해 세법 전문가 등과 충분히 논의했고, 국민 여론조사를 하거나 당을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었다”며 “입법예고 기간에도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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