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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상품' 김가람이 손 댄다…호남 파고든 與 전략카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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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가람 당 청년대변인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가람 당 청년대변인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은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을 더불어민주당보다 정확하게 읽은 첫 공약이다. 잘 성사되도록 끝까지 살피겠다.”

14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광주·전북·전남 지역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을 앞두고 호남 출신의 김가람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호남 지역 예산 협의에 나선 김 최고위원은 광주 복합쇼핑몰 추진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 최고위원의 일성도 광주 복합쇼핑몰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당이 제시했던 광주 복합쇼핑몰은 신세계 스타필드, 광주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광주 롯데의 제3 롯데월드 구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며 “지역민 요구가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복합쇼핑몰과 같은 이슈를 잘 부각시켜 지역별 전략을 세분화해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 복합쇼핑몰은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2월 대선 당시 호남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띄운 호남 대표 공약 중 하나다. 당시 민주당이 ‘광주 정신’과 ‘지역 소상공인 상생’을 이유로 해당 공약에 반대하자 광주에선 쇼핑몰 문화를 즐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반발이 심했는데, 이 전 대표가 그 틈을 파고든 것이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관련 현장간담회를 열어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25%에서 30%로 샹향 조정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당시 광주 유세에서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민주당이 반대해 왔다”고 직격했다.

지난 2022년 2월 22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커피숍에서 '광주시민과 함께하는 복합쇼핑몰 유치 공동대응 간담회'를 열고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2월 22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커피숍에서 '광주시민과 함께하는 복합쇼핑몰 유치 공동대응 간담회'를 열고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에도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징계 결정 뒤 닷새 간의 잠행을 깨고 광주 무등산 서석대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강연에서도 그는 “작년엔 호남의 젊은 세대가 광주 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주제들에 관심을 가졌다”고 자평했다.

이렇듯 ‘이준석 대표 상품’으로 알려진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를 김가람 최고위원이 잇따라 언급하자 여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가람 최고위원은 호남 지역의 젊은 기업인 출신”이라며 “누가 먼저 언급을 했느냐보다 실제 복합쇼핑몰 문제를 잘 매듭짓는 사람이 중요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광주의 청년사업가로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을 지낸 김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여권이 내세운 ‘전략 카드’로 통한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도 지난달 5·18 때 광주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을 언급하며 관심을 드러냈고, 그 바통을 김 최고위원이 받아든 것”이라며 “김 최고위원의 역할이 커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호남권(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가 14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현(앞줄 오른쪽 세 번째) 대표와 박대출(앞줄 오른쪽 두 번째) 정책위의장, 김가람(뒷줄 가운데) 최고위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제공

국민의힘 호남권(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가 14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현(앞줄 오른쪽 세 번째) 대표와 박대출(앞줄 오른쪽 두 번째) 정책위의장, 김가람(뒷줄 가운데) 최고위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제공

이에 따라 광주 복합쇼핑몰 이슈를 놓고 김 최고위원과 이 전 대표와의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누가 됐든 정부와 여당이 계획대로 공약을 실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광주 복합쇼핑몰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해에 김 최고위원은 다른 활동 중이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누가 먼저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표가 최근 순천에서 교육 봉사를 하는 등 진정성 있는 호남 행보를 보여주는 것에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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