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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월드컵서도 프랑스전 합작골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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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U-20 월드컵 4강 진출을 합작한 2003년생 동갑내기 이승원(왼쪽)과 이영준. 14일 귀국 인터뷰에서 끈끈한 우정을 뽐냈다. 김종호 기자

U-20 월드컵 4강 진출을 합작한 2003년생 동갑내기 이승원(왼쪽)과 이영준. 14일 귀국 인터뷰에서 끈끈한 우정을 뽐냈다. 김종호 기자

“국제축구연맹이 ‘이승원이는 대한민국 모든 것의 심장이었다’고 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에요. 심장이 2개 있는 것처럼 많이 뛰었잖아요.”(이영준)
“(이)영준이는 한국축구의 머리였죠.”(이승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4강을 이뤄내고 14일 금의환향한 이승원(20·강원FC)과 이영준(20·김천 상무)을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원은 3골-4도움를 몰아쳤고, 1m90㎝ 최전방 공격수 이영준은 2골을 터트렸다.

이영준은 “귀국 비행만 25시간이었다. 네덜란드에서 7시간 경유하는 사이 승원이와 공항 밖에 나갔다가 왔다”고 했다. 둘은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멋진 골을 합작했다. 이승원이 올려준 프리킥을 이영준이 잘라 들어가면서 헤딩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영준은 “승원이가 잘 차서 코스가 좋았다. 그래도 골은 제가 잘 넣은 거죠”라며 웃었다. 이승원은 “제가 어중간하게 올린 걸 영준이가 잘 넣었다”고 칭찬했다.

주장 이승원(왼쪽)은 진중했고, 분위기 메이커 이영준은 유쾌했다. 김종호 기자

주장 이승원(왼쪽)은 진중했고, 분위기 메이커 이영준은 유쾌했다. 김종호 기자

주장 이승원은 묵직하고 진중했고, ‘분위기 메이커’ 이영준은 유쾌했다. 네티즌들은 이영준이 골을 넣자 ‘차은우(배우)처럼 잘생겨 보인다’는 유쾌한 댓글을 달았다. 이영준은 “골을 넣자 둘리와 또치를 닮았다더라”며 웃었다 .

이번 대표팀은 스타 선수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 불렸다. 팬들의 무관심 속에 출국했다. 솔직히 목표는 뭐였을까. 이승원은 “전 4강이었다. 우리 팀이 어디까지 갈지 알고 있었고 자신도 있었다”고 했다. 이영준은 “우승할 거 아니면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대회 직전 개최지가 인도네시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변경됐다. 이영준은 “그 소식을 듣고 ‘아르헨티나에 가면 메시를 만날 수 있나. 메시가 대회를 보러 오나’ 생각했다”며 쿨하게 답했다. 이승원은 “전지훈련지 브라질에서 세트피스를 정말 많이 연습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승원(3골-4도움)은 2019년 대회 때 이강인이 기록했던 공격포인트(2골-4도움) 기록을 경신했다. 대회 개인상 3위에 해당하는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이승원은 “강인이 형의 좋은 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보고 배우고 있고, 그 길을 따라가겠다”고 했다.

이영준이 에콰로드와의 16강에서 논스톱슛으로 골망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준이 에콰로드와의 16강에서 논스톱슛으로 골망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준은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 크로스를 받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발리 골을 터트렸다. 네덜란드 공격수 데니스 베르캄프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플레이였다. 이승원이 “영준이가 그렇게 예술적인지 몰랐다”고 하자, 이영준은 “난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한다. 고2 때 베르캄프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제가 봐도 공을 잘 잡았다”고 했다. 군팀 상무 소속으로 ‘일병 베르캄프’란 별명을 얻는 이영준의 롤모델은 해리 케인(토트넘)이다. 세트피스 때 4골을 도운 이승원은 “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한다”고 했다.

 박승호(인천)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최전방 공격수 이영준은 7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야 했다. 이영준은 “승호가 2차전에 골을 넣은 덕분에 4위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중도 귀국한 박승호도 이날 목발을 짚고 마중을 나와 ‘원 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 시절 공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한 김은중 감독은 대회 도중 ‘잠재력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언급하며 울컥했다. 이승원은 “생활에서 (실명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예리하고 날카로우시다. 선수들끼리 ‘감독님을 한 번 더 울려 드리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영준도 “공격수 출신인 감독님이 실전에서 세게 때리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고 했다.

브론즈볼을 수상한 이승원. 뉴스1

브론즈볼을 수상한 이승원. 뉴스1

 주포지션이 ‘8번’인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는 ‘10번’ 역할로 나서 공간을 창출하고 침투했다. 한국 주요 전술이 내려 섰다가 카운트 어택이다 보니 이영준은 전방에서 투쟁적으로 공을 잃지 않고 지켜줬다. 이승원은 현재 프로축구 강원FC 소속이지만 K리그1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B팀 소속으로 K4에서만 뛰었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이승원을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승원은 “결국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 기회가 온다면 잡아보겠다”고 했다. 이영준은 “대회 기간에 김천 사령탑이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님으로 바뀌었다. 오세훈 선배를 잘 키우신 만큼 많은 걸 배우겠다”고 했다.

축구대표팀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바로 회식을 했다. 이영준은 “아르헨티나에서 소고기 ‘아사도’를 많이 먹어 삽겹살과 된장찌개집을 잡았다. 주장 승원이가 또 진지하게 좋은 말을할텐데 솔직히 귀엽고 웃기다”고 했다. 이승원과 이영준이 더 높을 레벨의 올림픽 대표팀이나 A대표팀에서도 프랑스전에서 보여줬던 합작골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승원은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하자, 이영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같은 또래의 젊은 세대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승원은 “8강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선수들이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준비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이뤄지는 걸 보며 노력의 결실은 맺어진다고 느꼈다. 남들이 뭐래도 확실한 신념이 있다면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가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승원

출생: 2003년 (20세)
체격: 1m73㎝, 66㎏
포지션: 중앙 미드필더
소속팀: 덕영고-단국대(중퇴)-강원FC(2023~)
U-20 월드컵 기록: 7경기 3골-4도움, 브론즈볼 수상

▶이영준

출생: 2003년(20세)
체격: 1m90㎝, 83㎏
포지션: 최전방 공격수
소속팀: 신평고-수원FC-김천 상무(2023~)
U-20월드컵 기록: 7경기 2골-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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