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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사는 게 아냐"…'만취운전 7명 사상' 피해 가족 오열

중앙일보

입력

대전 법원. 연합뉴스

대전 법원. 연합뉴스

만취 운전으로 7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늘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공무원 A(39)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 이유인 위험운전치사 유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다소 낮아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정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7일 오후 9시 3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69%의 만취 상태로 세종시 금강보행교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제한속도(시속 50㎞)의 두 배가 넘는 시속 107㎞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1·2차로에 걸쳐 가로로 정차해 있던 B(62)씨의 승합차를 들이받아 사상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고로 승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C(42·여)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한 B씨 일가족 6명이 크게 다쳤다.

A씨는 B씨의 비정상적인 운전을 예견할 수 없어 과실이 없으며,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로서 타에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음주·과속 운전을 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피해자 차량의 비정상적인 주행에도 과실이 있어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면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차량의 속도를 줄이고 차선 변경 시 방향지시등을 켠 점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이 사고는 지난 1월 숨진 C씨의 자녀들 사연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졌다. 방송에는 우등생이었던 첫째가 사고 이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등 1년 넘게 은둔 생활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세종시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가해자가 공무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A씨의 낮은 형량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C씨 남편은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중학생인 큰아이는 지금까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작은아이는 밤마다 운다"면서 "그날 제 아내만 죽은 게 아니다. 저희 모두 다 죽었다.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라며 오열했다.

검찰은 원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2심에서도 징역 8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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