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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이도현 "첫 촬영서 라미란 '이 말'에 뒤통수 맞은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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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도현은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엄마 진영순(라미란)의 틀 속에서 자란 아들, 최강호를 연기했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배우 이도현은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엄마 진영순(라미란)의 틀 속에서 자란 아들, 최강호를 연기했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제 작품을 보면서 울었던 것은 처음이에요.”
지난 8일 종영한 JTBC 수·목 드라마 '나쁜 엄마' 속 인물들은 노래 '나는 행복합니다'를 흥얼거리며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주인공 최강호를 연기한 배우 이도현(28)은 눈물을 쏟았단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들 최강호로서 연기할 때는 못 봤던 엄마(라미란)의 모습을 보니 '저렇게 힘들었겠구나' 싶어 감정이입이 됐다”며 “평소 제 작품을 볼 때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을 찾으려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다”고 말했다.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tvN)로 데뷔한 이도현은 올해 초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나쁜 엄마'는 '더 글로리' 이후 그가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엄마의 강요대로 공부만 하고, 엄마의 바람대로 검사가 된 아들 최강호를 연기했다. 자신이 검사가 돼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 헤매던 최강호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7살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간다.

7살 아이와 30대 검사, 한 인물의 두 모습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드라마 초반 이도현에게 큰 과제였다고 한다. “같은 인물인데 기억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너무 어리게 보이거나 튀면 시청자의 반감이 들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초반에는 5살, 초등학생, 중학생처럼 각각 연기를 해보고 비교하면서 톤을 잡아갔다”고 말했다.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검사가 된 최강호(이도현)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고로 7살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간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검사가 된 최강호(이도현)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고로 7살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간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촬영이 진전될수록 어려웠던 부분은 어른 최강호 연기였다. 그는 “막상 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니, 30대 검사 시절이 훨씬 어려웠다”며 “어린 강호는 엄마를 비롯해 늘 주변에 사람이 있는데, 검사 강호는 나 혼자서 연기로 채워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의 기구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심, 연인과의 알콩달콩 로맨스 등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였다.

이도현은 “평소 감정 연기를 할 때 준비를 많이 해가는 편인데, 사실 고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준비한) 제 감정에 빠져서 연기하면, 놓치는 것들이 많더라”면서 “이걸 깨주신 분이 라미란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엄마 진영순 역의 배우 라미란은 후배 이도현에게 틈틈이 자신의 연기관을 공유했다. 이도현은 “(라미란 선배님은) 크게 울어야 하는 신을 앞두고도, 장난치고 편안하게 있다가 슛만 들어가면 180도 바뀌어서 처음엔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첫 촬영이 경찰서에서 엄마가 아들 강호의 대학 동기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었는데, 하고 싶은 대로 연기가 되지 않아 계속 아쉬워했었다”며 “그때 선배님이 제게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고 힘들게 하기보단 놀이터에 온 것처럼 즐겁게 해야 더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그는 차츰 연기 방식에 변화를 시도했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마음이 점점 편해졌다고 한다. “준비된 연기에 얽매이기보다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준비된 나를 딱 꺼내 보이자고 생각하게 됐다”며 “즉흥적으로 드는 생각과 감정들이 많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라미란 역시 빠르게 배워 표현해내는 후배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조언과 연기 방식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셨던 것 같다. 제게 '오 빠른데? 해보는 거야?'라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그는 말했다.

2017년 데뷔한 배우 이도현은 올해 초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나쁜 엄마'로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사진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2017년 데뷔한 배우 이도현은 올해 초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나쁜 엄마'로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사진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시청률 3%대(닐슨)로 시작한 드라마는 10회에서 10%를 돌파하더니, 마지막 회엔 12%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18 어게인'(2020, JTBC), '스위트홈'(2020, 넷플릭스), '오월의 청춘'(2021, KBS)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이도현은 '더 글로리'에 이어 '나쁜 엄마'로 데뷔 6년 만에 좋은 성과를 냈다.
그는 “차근차근 작품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과가) 이뤄진 것 같다”며 “당연히 운도 필요했을 것이고, 운이 왔을 때 잡기 위해 제가 훈련·단련하던 것들이 빛을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연신 신기하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의 인터뷰 동안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배운다’ 였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연기에 대한 그의 욕심과 비례하는 듯했다. 그는 1년 전부터 대학 동기, 함께 입시를 준비했던 친구 등과 연기 스터디를 꾸렸다. “데뷔를 한 사람도 있고, 연기 학원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단역부터 시작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있다. 오디션 등을 앞두고 필요할 때 모여서 연기 연습을 하며 서로 좋은 부분을 공유하고, 연기 조언도 해준다”고 말했다.

'나쁜 엄마' 역시 스터디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스터디에서 '나쁜 엄마' 1~4부 전체 리딩을 하며 어떻게 톤을 잡아야 할지 함께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제 나름대로 캐릭터를 구축해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하면서도 계속 연기를 보완해 나갔다”고 했다.

올해 안에 입대를 앞둔 그는 한창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시기임에도 아쉽지 않다고 했다. "배우에게는 경험이 피와 살이 되는데, 사회에선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것 같다"며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것저것 열심히 배워올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남자는 서른이 넘어야 중후한 멋이 나온대요. 그래서 군 생활 이후의 내 모습에 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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