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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선거 유세하듯 법원 출두…또 쪼개진 美 “트럼프는 무죄”vs“그를 가둬라”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무죄” vs “트럼프를 가둬라”
국가기밀 불법 반출 및 사법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한 13일(현지시간) 미국 사회는 다시 둘로 쪼개졌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빚어낸 극명한 분열상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5분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자신의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출발해 법원으로 향했다. 차에 오르기 전 방송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소셜미디어에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 “법원으로 가는 중. 마녀사냥!!!” 등 저항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 유세하듯 등장…‘엄지 척’ 인사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오후 2시쯤 법원에 들어섰을 때 그는 지지자 수백명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고 엄지를 들어 보이며 인사했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선거 유세장에 등장하는 후보 같은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을 떠나자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거리에 도열해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을 떠나자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거리에 도열해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을 떠날 때 죄수복 모양의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트럼프가 탄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을 떠날 때 죄수복 모양의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트럼프가 탄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애미 법원 주변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수백명이 뒤섞여 혼잡했지만 양측 사이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 쪽에선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사람들이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 ‘트럼프와 함께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과 피켓을 들고 “USA”를 단체로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다른 쪽에선 ‘그를 감옥에 가두라’고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이 맞불 시위를 벌였다. 죄수복 모양의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도로로 뛰쳐나왔다가 경찰 제지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법정서 팔짱 끼고 ‘침묵 모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SS)의 안내를 받으며 오후 2시 48분쯤 기소인부(認否)절차를 밟기 위해 법원 건물 13층 법정 안에 들어섰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37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법정에 들어간 한 NYT 취재기자는 “트럼프가 37건의 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민감한 정부 문서 반환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 WP 기자는 “판사가 공소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트럼프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몇 가지 대목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등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법정에서 자신의 양쪽에 앉은 변호인에게 가끔 몸을 돌려 속삭이는 것 외에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은 법정에서 트럼프와 불과 20피트(약 6m) 떨어진 거리에 앉아 있었지만 둘은 내내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좌관, 변호인들과 함께 법정에 앉아 있는 모습의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좌관, 변호인들과 함께 법정에 앉아 있는 모습의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보좌관이자 공동 피고인인 월트 나우타와 그의 변호인도 피고인석에 착석했으며, 트럼프 변호사 토드 블란치는 판사를 향해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와 변호인 측에 대한 청문 절차는 약 47분 만에 끝났다. 법정에 서기 전 지문 날인 절차는 진행했지만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생략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기소인부절차는 조너선 굿맨 판사가 담당했지만 본사건 심리는 에일린 캐넌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맡게 된다. 무작위 방식에 따라 사건 배당을 맡은 캐넌 판사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때 연방판사로 지명한 인물이다. 향후 재판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재판을 본격 시작하는 데만 수개 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하며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하며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 55분쯤 마이애미 법원을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손키스를 날리며 한껏 여유를 과시했다. 이동 중 쿠바식 한 레스토랑에 잠시 들른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그룹별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WP는 “이 식당은 플로리다 남부의 핵심 선거구에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한 남성이 트럼프의 77번째 생일 하루 전날을 맞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선거 후원금을 요청하는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오늘 미국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2024년 대선 캠페인을 위해 최소 1달러의 후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30일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폭로 입막음 조로 회삿돈 13만 달러를 주고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뉴욕 맨해튼 지검에 의해 처음 기소된 이후 나흘 만에 약 700만 달러(약 91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바 있다. 두 번째 기소 이후 다시 지지층이 결집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바이든 뒤 캘 특검 임명할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 마련한 연설 무대에 다시 나타났다. 주먹을 불끈 쥐며 지지자들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하며 입을 연 그는 검찰의 이번 기소를 두고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선거 개입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차기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쫓을 특검을 임명할 것”이라며 정치 보복을 예고하는 듯한 메시지도 냈다. 이어 “2024년 11월 5일(차기 대통령 선거일) 정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말로 약 30분간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트럼프 기소를 놓고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 트럼프가 법정에 출두하자 공화당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대(對)정부 공격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공화당 내 친트럼프 성향의 J.D.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법 집행보다 정치에 더 신경쓰는 법무부의 희생자일 뿐”이라며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지명하는 법무부 당국자 인준을 막겠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공화당 대통령은 조 바이든과 그의 가족, 마약 중독 아들이나 누가 됐든 범죄 혐의를 적용하고 기소할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그런 공화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트 아구일라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공화당이 계속 트럼프를 구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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