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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태양광' 허가 도운 산업부 과장…그 업체 대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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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풍력 사업 비리가 또다시 적발됐다. 국내 최대 태양광 사업에선 산업통상자원부 행정고시 동기 과장 2명이 짬짜미로 부지 전용 허가를 도운 뒤 퇴직해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13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도중 비위 혐의가 드러난 산업부 전직 과장 2명, 군산시장, 국립대 교수 등 전·현직 공직자 38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우선 4개 대규모 사업만 선별해 감사한 결과에서 이 같은 특혜·비리가 드러났다”며 “이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감사원에 따르면 태안군 태양광 사업은 총사업비 5000억원을 들여 태안군 안면도 일대 폐염전·폐목장 부지 297만㎡(약 90만 평)에 전국 최대 발전 용량인 300㎿(25년간 7200GWh)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시행사인 A업체는 그러나 2018년 태안군의 반대로 사업부지 전용(목장용지→개발용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산자부 B과장이 나섰다. 2018년 12월 행시 동기인 사업 담당 C과장을 A업체에 소개해 줬다. 이후 C과장은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은 제외하도록 같은 달 산지관리법이 개정됐음에도, 개정 전 법률을 적용해 A업체에 유리한  유권해석 공문을 태안군에 보내줬다. 태안군은 이를 근거로 당초 입장을 바꿔 토지 전용을 허가해 줬다. 그렇게 오른 땅값만 약 100억원.

그다음이 더 문제였다. B과장과 C과장이 2019년 4월 같은 날 공직을 떠난 뒤 각각 A업체의 대표이사, 협력업체의 전무로 재취업한 것이다. B과장의 시행사 대표 취임 이후에도 태안군 공무원과 공모해 충남 도시계획위원회에 허위 원상복구계획서로 토지 원상복구 의무 면제를 받는 등 특혜·비리는 계속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원상복구 면제 혜택만 7억8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두 전직 과장은 하지만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인 E업체가 총사업비 약 1000억원, 99㎿ 규모의 태양광 사업 추진을 위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사업자에 선정한 혐의로 수사 의뢰됐다. 결국 군산시는 당초 대출금리(3.2%)보다 최소 1.8%포인트 이상 높은 조건으로 자금 조달 약정을 다시 체결함에 따라 시 수익금이 향후 15년간 110억원 이상 감소하는 손해를 봤다.

감사원은 또 2020년과 2021년 세 차례 계량기 보급사업 관련 국가보조사업에 참여한 F업체가 허위 기술감정서를 작성해 국고보조금 500억원을 위법하게 지원받았다고 지적했다. F업체 보유 기술의 실제 평가액은 83억원에 불과하지만, 비공인 업체로부터 허위 평가서를 받아 1000억원으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전북대 G교수는 친형이 대표인 H풍력업체를 풍력 분야 권위자가 100% 소유한 것처럼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허위 투자 계획 등을 제출해 새만금 풍력사업권을 따낸 혐의로 수사 의뢰됐다.

감사원은 이 외에 8개 공공기관 소속 250여 명 직원을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적 이득을 얻은 혐의로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향후 수사 의뢰 대상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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