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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하는 LG전자, ‘못’ 뺀 HD현대…‘기업 얼굴’ 브랜드 성형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전자는 최근 ‘브랜드 리인벤트’를 통해 28살이 된 심벌마크 ‘미래의 얼굴’에 인터렉티브 요소를 더했다. 왼쪽이 기존 심벌, 오른쪽은 인터렉티브 요소가 적용된 모습. 사진 LG전자

LG전자는 최근 ‘브랜드 리인벤트’를 통해 28살이 된 심벌마크 ‘미래의 얼굴’에 인터렉티브 요소를 더했다. 왼쪽이 기존 심벌, 오른쪽은 인터렉티브 요소가 적용된 모습. 사진 LG전자

기업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브랜드 성형’이라 불리는 리브랜딩을 통해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미래 핵심 가치를 담기 위해서다. 과거 기업의 리브랜딩은 단순히 CI 로고나 상징색 변경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브랜드 속내에 담긴 의미까지 속속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13일 LG전자는 최근 재정립한 ‘라이프스 굿’ 브랜드를 국내 임직원들에게 전파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변한 브랜드를 접한 임직원들에게 핵심 가치를 녹여내고, 자발적 확산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앞서 LG전자는 ‘브랜드 리인벤트’를 통해 지향점과 비주얼 아이덴티티(정체성) 등을 새롭게 정립한 바 있다. 기존 고유 색상은 어두운 분홍 계열이었지만, LG전자는 더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의 ‘액티브 레드’를 포인트 컬러로 채택했다.

1995년 도입돼 28살이 된 심벌마크 ‘미래의 얼굴’도 인터랙티브 요소를 더했다. 윙크하거나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놀라운 표정을 짓는 등 발랄하게 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디지털상에서 고객과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활용하기 위해 심벌마크에도 변화를 줬다”며 “브랜드 리인벤트가 단순한 의미 부여나 디자인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그룹도 ‘못 바이러스’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새 브랜드 확산에 나섰다. 지구에 침투한 ‘못(한다) 바이러스’를 정주영 창업주의 “임자, 해봤어?” 정신으로 극복한다는 스토리다. 사진 HD현대

HD현대그룹도 ‘못 바이러스’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새 브랜드 확산에 나섰다. 지구에 침투한 ‘못(한다) 바이러스’를 정주영 창업주의 “임자, 해봤어?” 정신으로 극복한다는 스토리다. 사진 HD현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사명을 바꾼 HD현대그룹도 ‘못 바이러스’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새 브랜드 확산에 나섰다. 지구에 침투한 ‘못(한다) 바이러스’를 고(故) 정주영 창업주가 강조한 ‘임자, 해봤어?’ 정신으로 극복한다는 스토리다. 지난달 24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됐는데, 불과 3주 만에 조회 수 798만 회를 넘어서며 ‘대박 광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HD현대 관계자는 “사명 변경 후 일반인에게 HD현대의 브랜드를 확산하기 위한 차원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 젊은 세대에게 그룹의 사업영역과 현대정신을 전달하려는 취지”라며 “‘임자, 해봤어?’는 해(태양)를 본다는 의미와, 시도해 봤느냐는 중의적 표현인데, 젊은 세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CI 변경을 검토 중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기존보다 강렬한 이미지의 CI를 제작해 내부 행사 등에서 활용해왔다”며 “브랜드 강화 차원에서 새롭게 제작된 CI를 전사에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평주조, 놀부 등도 새 CI 로고를 제작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는 최근 태극문양을 모티브로 한 새 CI를 발표했다.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기업명도 영문인 ‘지평 브루어리’로 표기했다. 식품 기업인 놀부는 최근 CI 로고를 변경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 시장에 발맞춰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비전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리브랜딩은 ‘도박’과도 같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소비자의 거부감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브랜드는 신뢰를 상징하는 든든한 유산이지만 낡고 고루한 인상을 줄 수도 있는데, 시대 변화에 맞춰 기업들도 나름의 도전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리브랜딩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므로, 브랜드에 철학을 녹여 잘 관리해나가는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세대교체나 사업영역 변경 등 이슈가 있을 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담아 브랜드를 만들거나 바꾼다. 리브랜딩을 통해 ‘예전의 회사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순히 오래됐다고 분위기 환기를 위해 브랜드를 바꾸는 건 적절치 않다.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새 브랜드에 녹여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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