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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없이 어떻게 비전 얻는가" 한국 온 '라이프 오브 파이' 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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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신화에는 많은 동물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에 있는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이 이야기'는 결국 종교와 동물을 바탕으로 신이라는 존재를 상상한 이야기죠."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 소설『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13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 소설『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13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은 13일 서울 중구 캐나다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이 이야기』는 50개국에서 1200만부가 팔렸다. 인도 소년 '파이 파텔'과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태평양 표류기다. 캐나다 작가인 마텔은 2002년 『파이 이야기』가 부커상을 받고,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2013년 크게 흥행하면서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1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인도 여행을 하며 힌두교를 접했다. 유일신 신앙인 기독교와 달리 수천, 수만의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힌두교에서 소설의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 '파이이야기' 포스터. 장편 소설 『파이 이야기』 표지. 사진 20세기폭스, 작가정신

영화 '파이이야기' 포스터. 장편 소설 『파이 이야기』 표지. 사진 20세기폭스, 작가정신

마텔은 내년 초 새 장편 『선 오브 노바디(son of nobody)』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대 파피루스를 연구하는 한 젊은 고고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텔은 "호머의 『일리아드』를 읽고 영감을 받아 쓰게 된 책"이라며 "어리석음과 탐욕 때문에 전쟁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대인에게도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리아드』에서는 왕족이나 귀족만 발언하는데 내 책은 평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4일 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강연한다.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하는 강연과 북 콘서트 등 170여 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마텔의 강연 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시 인간 본질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텔은 이날 "인공지능 시대에도 문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를 이끄는 사람이나 기업 총수처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문학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사진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사진 서울국제도서전

논픽션도 중요하지만 픽션을 통해 상상력과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캐나다의 지배계층인 중년 백인 남자들은 20대 이후로 문학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문학을 읽지 않는다면 비전과 꿈을 어디에서 얻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마텔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관련된 일화로도 유명하다. 2007년 한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가 하퍼 총리가 무관심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총리에게 4년간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 101통을 보냈다고 한다. 이 편지는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마텔의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온 출판사 작가정신은 작가의 첫 방한을 기념해 특별 합본판을 내놨다. 마텔의 데뷔작인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과 『파이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고, 마텔의 친필 메시지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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