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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뷔·슈가 고향인데…벽화거리 홍보 못하는 대구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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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찾은 대구 서구 뷔 벽화거리. 서문시장 인근 대성초등학교에 조성된 벽화거리에서 상인들이 나물을 팔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지난 12일 찾은 대구 서구 뷔 벽화거리. 서문시장 인근 대성초등학교에 조성된 벽화거리에서 상인들이 나물을 팔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13일 서울 등에서 개최한 행사에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BTS 벽화 거리가 조성된 대구에서는 퍼블리시티권 등 법적 문제로 홍보를 못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대성초등학교. BTS 멤버 뷔의 모교인 이 학교 담장에는 뷔 얼굴 등 그림과 ‘태형아 보라해(사랑해)’라는 글귀가 여러 나라 언어로 새겨져 있었다. 관광객 한두명이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딱히 표지판 등이 없어 이곳이 BTS 팬 아미(ARMY)에게 ‘뷔의 성지’로 불리는 곳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날 뷔 벽화 거리 앞에서 나물을 팔던 60대 상인은 “여기가 어디라고 쓰여 있지 않으니 유명인 벽화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누군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가끔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긴 하더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뷔모교인 대구 서구 비산동 대성초등학교에서 하굣길 학생들이 학교 외벽에 타일로 장식된 뷔 벽화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뷔모교인 대구 서구 비산동 대성초등학교에서 하굣길 학생들이 학교 외벽에 타일로 장식된 뷔 벽화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다. 뉴스1

멤버 뷔·슈가의 고향인 대구

대구는 BTS 멤버 뷔와 슈가가 자란 지역이다. 서구에는 뷔 벽화 거리가, 남구에는 슈가 벽화 거리가 있다. 뷔 벽화 거리는 2021년 12월 중국 팬클럽이 뷔 생일을 맞아 3000만원을 들여 조성했다. 소속사도 이를 허용했다고 한다. 이어 대구 서구가 추가로 3500만원을 들여 거리를 확장했다. 벽화는 높이 2m, 길이 60m에 달한다.

하지만 대구시와 서구 등은 벽화거리를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 BTS 소속사 측이 퍼블리시티권을 들어 반대하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초상 사용권)은 연예인·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얼굴이나 이름 등을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을 말한다. 대구시 등은 언론 등을 통해 이곳을 알리고, 안내판 등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구 서구 관계자는 “소속사가 팬클럽에서 벽화 거리를 조성하는 건 이벤트성으로 허락했으나, 지자체가 이를 관광 명소화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있어 홍보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대구 남구 남산동에 조성된 슈가 벽화거리 . [사진 대구시]

대구 남구 남산동에 조성된 슈가 벽화거리 . [사진 대구시]

벽화거리 조성…지자체는 거절, 팬클럽은 동의 

인근 남구 슈가 벽화 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슈가가 태어난 동네인 북구에서 2019년 5월 ‘슈가 관광 테마 거리 조성사업’ 추진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지만, 소속사 측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다만 지난해 11월 슈가 팬클럽이 나서 남구 남산동 일대에 벽화 거리를 만들었다. 과거 슈가 음악 작업실이 있던 곳이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관계자는 “대부분의 벽화 거리 조성비는 슈가 팬클럽에서 부담했다"고 말했다.

남구 벽화거리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팬들이 찾고 있다.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근 관광코스를 포함해 9545명이 벽화 거리를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서구 관계자는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은 투어 지도 제작해 홍보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 페스타(2023 BTS FESTA)를 맞아 ‘서울방탄투어’ 지도를 제작했다. 오는 17일에는 소속사인 하이브·영등포구·경찰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여의도에서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연다.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가 정식 판매를 시작한 13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BTS 외국인 팬들이 우표구입 대기줄을 기다리며 굿즈를 취재진을 향해 보여주고 있다. 뉴스1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가 정식 판매를 시작한 13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BTS 외국인 팬들이 우표구입 대기줄을 기다리며 굿즈를 취재진을 향해 보여주고 있다. 뉴스1

특허청은 퍼블리시티권은 경제적 이익 침해나 소속사 동의·협조 여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유명인 초상·성명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율하도록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벽화 거리 홍보가 BTS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면 공정한 상거래에 반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다만 원칙적으로는 소속사의 동의를 구한 후에 명소를 만들거나 홍보하는게 바람직한 걸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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