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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중 1번 볼까 말까…울산 '우영우 고래' 보기 힘들어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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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참돌고래. 사진 고래바다여행선

울산 참돌고래. 사진 고래바다여행선

지난 6일 오전 11시 45분 울산 남구 장생포 앞바다 남동쪽 24㎞ 해상. 고래바다여행선이 바다를 가르며 헤엄치는 참돌고래 떼를 발견했다. 올해 35번째 출항 만에 만난 두 번째 고래 떼다. 첫 번째 고래 떼는 24번째 출항이던 지난달 27일 만났다. 돌고래는 탑승객 환호 속에 10여분간 모습을 드러낸 뒤 유유히 사라졌다.

국내에서 유일한 '고래바다여행선'이 낮은 고래 발견율로 고민에 빠졌다. 고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면서 지난해부터 이용객은 급증했지만, 고래바다여행선 메인 콘텐트인 고래 만남 횟수는 더 적어졌기 때문이다.

울산 남구 고래바다여행선. 중앙포토

울산 남구 고래바다여행선. 중앙포토

고래바다여행선(정원 347명) 은 550t급 흰색 크루즈선이다.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 운행한다. 화∼금요일 매일 1편, 주말과 일요일에는 2편을 운항한다. 고래바다여행선 출항지는 울산시 남구 장생포다.

최근 5년간 고래바다여행선 운항실적을 살펴보면, 2018년 고래 발견율은 19.5%였다. 그러다 2019년 11.1%로 줄더니,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11.3%, 10.7%로 더 감소했다. 지난해엔 10%대 발견율이 무너지면서 6.2%까지 낮아졌다. 10번 출항해 한 번도 고래 떼를 만날 수 없을 정도다. 올해 들어서도 두 달째 바다로 나서지만, 두 차례 만난 게 전부다.

고래바다여행선 탑승객들이 고래떼를 목격했다. 중앙포토

고래바다여행선 탑승객들이 고래떼를 목격했다. 중앙포토

반면 고래바다여행선 탑승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2018년 2만2932명이던 탑승객은 2019년 1만6094명, 코로나 19사태가 한창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5391명, 7706명으로 확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2만6848명으로 급증했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탑승객에게 고래를 최대한 자주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161차례 출항하며 노력했다"며 "2018년(123번 출항)과 2019년(117번 출항)보다 더 자주 바다로 나갔다"고 전했다.

고래 발견율이 줄어든 데는 2019년부터 항로가 바뀐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고래바다여행선이 남구 장생포항에서 출항해 동구 대왕암 해역으로 곧바로 가서, 북구 강동 해역으로 향했다가 돌아왔다. 이 항로는 배가 많이 없는 곳으로, 고래 떼가 자주 발견되는 곳이다.

지난 27일 오전 11시35분쯤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발견된 참돌고래떼. 올 들어 첫번째 발견 모습. 사진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지난 27일 오전 11시35분쯤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발견된 참돌고래떼. 올 들어 첫번째 발견 모습. 사진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하지만 정식 항로가 아닌 탓에 항만청 등 관계 기관에서 안전상 문제가 있으니 정해진 항로를 이용해 배를 몰아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고래바다여행선 항로는 남구 장생포항에서 출발해 남쪽인 진하해수욕장 해역을 거쳐 다시 동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항만청 등에서 허가한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시각은 3시간이다. 정해진 운항 시간에 항로까지 바뀌면서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동구와 북구 해역까지 배가 가지 못한다. 특히 현재 다니는 항로에는 선박 레이더 소리, 엔진 소리가 많이 나는 어선 정박지까지 있어 더 고래 떼를 만나기 힘든 것 같다는 게 울산 남구 측 설명이다.

바다 온도와 먹이 문제도 고래 만남 횟수를 줄게 한 원인이다. 수온이 내려가면 고래 먹이인 오징어·청어·멸치 등이 급감한다. 먹이를 찾아 유영하는 고래 떼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춘다. 실제 고래 만남이 잦은 시기는 7월과 8월로 바다 온도가 꽤 높을 때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고래바다여행선 항로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계속 협의 중이지만, 울산항을 오가는 선박이 많은 탓에 항로 변경 허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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