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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다" 생각 하나에…암·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30%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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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젊은 노인’을 위한 메타 건강혁명

윤영호 서울대 기획부총장·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윤영호 서울대 기획부총장·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주관적이지만 전반적인 건강을 나타내는 평가로 세계적으로 국가 간 건강 상태를 비교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사용된다.

물론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기준이다. 그렇다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은 어떤가. 건강검진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 하더라도 이 질문에 많은 국민이 건강을 자신하지 못한다. 나이 들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픽 참조〉

“나는 10년은 젊다” 믿으면 상상치 못할 건강 효과 유발
반면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 피우는 것만큼 해로워
삶의 목적이 강한 사람은 심장마비 발생 위험 79% 감소
긍정적 사고, 원활한 교류, 사회봉사가 백세시대 장수법

고가 건강검진, 웰빙식품의 한계

아무리 부자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고가의 명품 첨단 건강검진을 받더라도 원시시대 생존에 필요한 유전과 신체를 가진 동물적 존재의 생물적 건강만을 체크할 뿐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절주와 함께 적절한 유산소 운동,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안다. 이것들 역시 생물학적 건강 관리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에서 끊임없이 자극받는 소유욕으로 값비싼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좋은 차와 집을 가진들, 온갖 건강식품과 웰빙 제품을 구매하고 미용수술을 받은들 노화되고 병들어 가는 자연의 법칙을 역행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동안 불로장생(不老長生)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건강 욕구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수렵·채집 시대, 농경 시대, 산업 시대를 거치면서 신체적 건강, 사회적 건강, 정신적 건강이 중요해졌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는 영적 건강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인간은 동물로 태어나 신이 되고자 열망하지만 사실상 이는 불가능하다. 매번 다시 굴러 내려간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일을 영원히 하는 시시포스와 같이 부조리한 삶을 반복해야 한다.

인간의 목표는 행복, 전인적 혁명

하지만 인간은 절망하지 않으며 의미를 찾고 행복을 꿈꾼다. 지적 능력, 따뜻한 마음, 영적인 공감력, 자아실현과 봉사의 삶을 갈망하는 인간이 되려면 전인적 건강 혁명이 필요하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기계뿐 아니라 의사결정 주체자를 넘어 모든 존재에 대한 이타적 사랑을 꿈꾸는 ‘인간 존엄함’의 뿌리인 전인적 건강이 메타 건강이다. 영국 메타헬스아카데미는 인간을 신체·정신·사회적 존재로서 이해하고 개인의 건강과 발달, 웰빙을 통합한다. 메타 건강은 적극적으로 건강을 향상하고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식이다.

전인적 건강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의학적 타당성이 명확하다. 우울과 자살 생각을 줄이며 장기 생존에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검증되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 책임자인 비베크 머시 의무총감은 지난달 “사회적 단절은 배고픔이나 갈증과 같이 몸이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며, 비만이나 흡연 같이 심각한 국민 건강의 중대 과제”라고 말했다.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9% 높이고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은 각각 29%, 32% 올린다. 하루 15개비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 그는 사회적 단절을 줄이기 위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사람들과 적어도 하루 15분씩은 보내야 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지역 공동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헌법을 비롯한 어떠한 법률에도 건강의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가치와 양심, 목적이 있는 삶

암 치료가 끝났지만, 후유증으로 인한 얼굴과 목의 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65세 환자에게 삶의 목표를 물었다. “두 딸이 팔순 잔칫날 1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건강을 회복해 꼭 받아서 유럽 여행을 갈 거예요.” 그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고 섬기며 살아가겠다는 봉사의 목표도 세웠다.

미국 최초의 노인 장기 관찰 코호트 연구인 ‘건강 및 퇴직 연구’에 따르면 삶의 목적이 강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도가 59% 낮았으며, 심장마비 발생 위험도 79% 감소했다. 목적이 뚜렷하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과 자살도 줄어든다. 비록 노화에 따른 신체적인 쇠락과 물질적인 빈곤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고통을 견디어 내고 다시 건강하게 살아야 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와 양심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면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건강한 삶의 충만감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또 스스로 자기 나이보다 젊다고 생각하면 정말 젊어지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앤드루 스텝토 노화 연구에 따르면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0% 감소했다. 긍정적이고 주도적으로 높은 목표를 세운 사람들은 사망률이 낮아진다. 긍정의 힘이 우리가 상상치 못할 건강 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는 10년은 젊다”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10년은 젊어 보인다”라고 칭찬하자. 아무리 미용수술로 젊게 보인들 생각이 젊지 않다면 소용없다.

사랑과 배려, 최고 건강법은 베풂

봉사하는 삶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주당 2시간 이상, 1년에 10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한 사람은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신체 기능도 좋아졌다. 긍정적 정서, 낙관주의, 삶의 목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으며 생산성도 향상되었다.

자원봉사는 개인의 건강 자산만이 아니라 사망률을 낮추고 분명히 사회적 자산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봉사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일을 위한 희생이 나의 신체적 건강과 수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역설적이면서도 희망적이다.

백세시대에 봉사활동은 사회에도 기여하고 자신의 건강도 챙기는 지혜이며, 건강한 삶을 촉진하는 위대한 방법이다. 우리에게는 사람과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목표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 인간의 위대함은 학습한 능력을 갖추고 목표를 세우고 실패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며 자아실현을 넘어 세상과 사람들에게 이바지함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위대함은 베풂에 있다. 베풂은 돈만이 아니다. 시간·나눔·배려·친절·인사·사랑의 봉사다. 그 크기가 작더라도 이러한 마음이 바탕이 되어 삶에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 늙더라도 봉사하는 삶을 살자.

저출산과 고령화를 이겨내는 법

저출산·고령화를 대비하는 정부나 금융권, 기업들, 사회단체들은 긍정, 목적, 사회관계, 봉사가 건강과 장수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삶의 목적, 긍정, 사회관계, 봉사는 사람들이 절망감을 이겨내어 활발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해 우울증, 수면장애, 인지기능 장애를 극복하게 한다. 또 심장과 관련된 건강한 신체 활동, 식이 요법, 금연 등 건강 행동을 개선한다.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을 줄이며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경호르몬의 활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결국 감염, 호흡기 질환, 당뇨병, 뇌졸중 및 각종 암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률을 낮추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돈이 권력이자 품격인 시대에서 어떻게 인간적 자존감과 품위 있는 삶을 지킬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태도의 정신적 건강,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건강, 삶의 의미와 목적, 봉사 등의 영적 건강에 신경 쓰자. 나이가 들더라도 좋은 습관을 만들어 건강을 지키면 사회 환경도 건강해져 생산적 활동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의료비를 절감하여 자신과 사회에 좋은 일이다. 삶의 목적, 사회관계, 긍정, 봉사는 행복하게 오래 사는 백세시대의 건강 지혜다.

노년에는 위대한 삶을 위해 메타 건강으로 혁명하자.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의 말처럼 백세시대에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만이 건강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건강검진 시장, 디지털 헬스케어,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 관련 신산업들은 건강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사업적 가치를 향한 건강 가치 창출 산업으로 변신해야 할 메타 건강혁명의 미래를 읽을 필요가 있다.

윤영호 서울대 기획부총장·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