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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상장사…영업익 34% 줄고, 이자비용 32%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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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들의 수익성은 전년 대비 3분의 1 이상 뒷걸음쳤지만, 이자비용은 되레 3분의 1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되면서 ‘비즈니스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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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평가데이터와 함께 1612개 상장사(대기업 159개, 중견기업 774개, 중소기업 679개)의 최근 재무 상황을 성장성·수익성·안정성·활동성 등 4개 측면에서 분석했더니 이렇게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인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증가하며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늘어났다. 하지만 매출 성장세는 급격하게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성장해오던 총매출은 2021년 4분기부터 1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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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은 전년과 비교해 34.2% 급감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22.7%, 60.8% 급성장했던 것과 대조된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44.1%, 중견기업 9.2%, 중소기업 -3.1%로 대기업일수록 낙폭이 컸다.

조사 대상 기업의 총자산은 1년 새 6.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는 전년 말 대비해 10.4% 늘었다. 자산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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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도 전년 대비 31.9% 늘었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의 이자비용은 총 14조20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5.1배로 전년(10.1배)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부채 상환 능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10.6회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1.2회는 물론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11.1회), 2021년(11.7회)보다 떨어진 것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판매를 비롯한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성이 약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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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수출·고용 등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의 부진한 실적이 본격화하면서 재무 건전성 악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지난해 4월 이후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최전선에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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