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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기운 받자” 창업주 생가·솥바위…정부 관광코스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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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부자 바위’로 불리는 경남 의령 솥바위. [사진 의령군]

‘부자 바위’로 불리는 경남 의령 솥바위. [사진 의령군]

고(故) 이병철, 구인회, 조홍제, 허만정….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아는 삼성, LG, 효성, GS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창업주다. 정부가 이들 생가(生家)를 엮어 관광 코스를 개발한다. 지난 5일 열린 범정부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이 결정됐다. 기업가 관광 코스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겠단 취지다. 이들 창업주 생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광 코스’로 개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 생가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 장내마을에 있다. 구인회 LG 창업주와 허만정 GS 창업주 생가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조홍제 효성 창업주 생가는 함안군 군북면 신창마을이다. 이들 생가는 ‘부자 바위’로 불리는 경남 의령의 ‘솥 바위(정암·鼎巖)’를 중심으로 반경 약 8㎞ 내에 있다. 지역에선 이들 창업주 탄생이 ‘솥 바위 전설’과 관련 있다고 본다. 강에 우뚝 솟아 있는 솥 바위는 그 수면 아래 바위 부분이 가마솥 발과 같은 형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선 말 도사가 그 발 3개가 가리키는 주변 20리(약 8㎞) 이내에 큰 부자가 나올 거라고 예언했단 전설이다. 실제 재벌 총수 3명이 태어나면서 전설은 현실이 됐단 말이 나온다.

그 인근에 위치한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생가. [중앙포토]

그 인근에 위치한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생가. [중앙포토]

많은 사람이 ‘부자 기운을 받겠다’며 솥 바위와 이들 창업주 생가를 찾는다. 지난해 의령군이 처음 개최한 ‘2022의령리치리치페스티벌’ 당시, 사흘 동안 솥 바위를 찾은 방문객만 3만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2만6000명이었던 의령 인구보다도 많았다. 이병철 회장 생가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벌써 8만1000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다. 의령군은 생가 인근 도로에 ‘호암 이병철대로’와 ‘삼성 이건희대로’란 명예도로명도 부여했다.

구인회·허만정 회장이 태어난 진주 승산마을은 예부터 만석꾼 부자가 많이 나 ‘부자 마을’로 통했다. 특히 1921년 개교해 2009년 폐교하기 전까지 마을에 있었던 옛 지수초등학교는 국내 굴지의 기업인 30여명을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지금 지수초 건물과 터는 미래 기업인 양성 및 창업 교육기관인 ‘K-기업가정신센터’로 바뀌었다. 지난해 3월 센터가 문을 열고 1년 만에 기업인·예비창업자·대학생 2000명이 찾아 교육받았다. 같은 기간 센터와 마을을 보러온 방문객만 3만6000명에 달했다. 조홍제 회장 생가도 함안군과 효성그룹이 2년 넘는 복원 공사 끝에 2019년 11월 민간에 개방했다.

이런 흐름 속 대기업 창업주 생가가 위치한 지자체는 정부의 관광 코스 개발을 반기는 분위기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K-기업가정신이 K-콘텐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신호탄”이라고 환영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도 “정부와 협력해 창업주들이 남긴 좋은 (기업가 정신 등) 의미를 전파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 하겠다”고 했다. 조근제 함안군수 역시 “조홍제 회장 생가와 그의 선조인 조선시대 생육신 어계 조려 선생의 고택과도 연계한 다양한 코스를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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