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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상자에 110만원까지…금값 된 여름 제철 생선 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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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병어요? 어획량은 줄어드는데 중국 쪽 수요는 급증하니 금값이 된 겁니다.”

지난 6일 오전 전남 신안군 송도위판장. 수산물 경매장을 찾은 중매인과 식당 업주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병어 위판량이 매년 줄어들더니 올해는 30% 이상 가격이 뛰어서다. 송도위판장에선 이날 병어 1상자(30마리)가 60만원 선에 낙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 높은 위판가다.

초여름 별미인 병어 가격이 뛰면서 서민들이 쉽게 먹기 힘든 생선이 됐다. 어획량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수산물센터 도매상인 장성찬(55·신안군)씨는 “최근 경매가면 식당에선 상차림 비용을 합쳐 마리당 5만~6만원은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남 신안군이 개최한 병어축제에서 박우량 군수(오른쪽 셋째) 등이 병어무침을 만들고 있다. [사진 신안군]

전남 신안군이 개최한 병어축제에서 박우량 군수(오른쪽 셋째) 등이 병어무침을 만들고 있다. [사진 신안군]

지난 8일 송도위판장에 따르면 병어 위판량이 지난해 5월 87.7t에서 올해 5월 57.5t으로 34%(30.2t) 줄었다. 지난해 1상자에 평균 48만원이던 병어 위판가가 55만원 이상으로 뛴 배경이다. 지난달 4일에는 병어 1상자(30마리)의 최고 위판가가 11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병어값이 뛰자 식당과 소매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산지 위판가가 마리당 3만원대를 넘어선 탓에 가격을 책정하는 게 어려울 정도다. 지도읍에서 식당을 하는 한 업주는 “손님들이 병어찜이나 병어회 가격을 듣고는 놀라곤 하는데 손해를 보고 팔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신안군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열린 병어축제를 앞두고 병어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축제 기간 동안은 시중보다 30%가량 저렴한 2만원대에 판매하기 위한 조처다.

임자도산 병어회. 프리랜서 장정필

임자도산 병어회. 프리랜서 장정필

신안군은 어민과 판매자에게 차액을 보존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병어 가격을 낮췄다. 살아있는 병어의 수량이 한정된 만큼 1인당 판매량은 1마리 정도로 제한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병어를 테마로 한 축제인데 가격이 비싸선 안된다는 판단 아래 할인판매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병어는 초여름이 제철인 마름모꼴 모양의 은빛 생선이다. 눈과 입이 작고 5~6월에 가장 좋은 맛을 낸다. 산란기를 앞둔 시기여서 살이 가득 오르고 영양이 풍부하다. 최대 산지인 신안에서 나는 병어는 신선하고 비린내가 없어 최상품으로 친다. 병어는 평소 깊은 바다에 서식하다 5~7월 신안 임자도 등 내해에 들어와 산란한다.

병어는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제철 병어와 감자를 넣고 칼칼하게 끓인 조림은 환상의 음식궁합이라는 평을 받는다. 살이 워낙 부드러워 조림을 먹을 땐 숟가락을 쓰는 게 낫다. 미식가들은 뼈째 썰어 깻잎에 싸 먹는 병어회를 최고로 치기도 한다.

손암 정약전(1758~1816)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병어를 납작할 편(扁)자를 쓴 편어(扁魚)로 소개했다. 속명은 병어(甁魚)로 분류하고 ‘입이 매우 작고 단맛이 나며, 뼈가 연해 회나 구이, 국에도 좋다’고 적었다. 동생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병어 맛에 푹 빠져 ‘축항어(縮項魚)’라 부르며 예찬하기도 했다.

제철 병어는 비타민 B1, B2와 타우린, 오메가3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원기회복에 탁월하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해양수산부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이달의 수산물’로 병어와 재첩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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