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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베를루스코니 전 伊 총리, 백혈병 투병 중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미디어 재벌이자 전후 최장수(9년 2개월) 총리직을 맡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6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2019년 12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범유럽 정당인 유럽인민당(EPP) 지도자 회의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2019년 12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범유럽 정당인 유럽인민당(EPP) 지도자 회의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날 오전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월 초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백혈병에 따른 폐 감염 진단을 받고 5월 중순까지 45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9일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입원한 그는 이날까지 나흘째 입원 치료 중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의료진은 급히 자녀들을 오라고 했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눈을 감았다. 

1997년 전립선암을 극복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최근 몇년 사이 건강이 유독 좋지 않았다. 2016년에는 심장 질환으로 심장 판막 교체 수술을 받았고, 2020년에는 폐렴과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장례식은 오는 14일 밀라노 대성당에서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시신은 12일 오후 밀라노 인근 아르코레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옮겨졌다. 13일에는 그가 소유한 방송사 메디아세트 제작 센터에 안치돼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1936년 밀라노의 은행원 집안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건설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후 1970~80년대 자국내 최대 상업 방송인 메디아세트를 세워 미디어 제국을 일궜다. 프로축구팀 AC밀란을 소유할 정도로 막강한 재력가였다. 정치판에서도 승승장구했다. 1994년 중도 우파인 전진이탈리아(FI)를 창당한 후, 2011년까지 세 차례나 총리를 지냈다. 그는 9년 2개월간 총리를 지내며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수립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성공한 기업가 출신으로 이탈리아 경제 구세주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는 언론 장악에만 힘쓰고 노동개혁에는 실패하는 등 처참한 지도력으로 2011년 국가 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리게 했다.

또 뇌물·횡령·성 추문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 미성년 여성들을 불러들여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다. 그런데도 2019년 공직진출 금지 족쇄가 풀리자마자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지난해 9월 조기 총선에서 10년 만에 상원의원이 됐다. 다만 각종 부패 이력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해 내각에 참여하진 못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서로 생일 선물을 챙기는 막역한 사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보낸 전보에서 “내게 실비오는 소중한 사람이자 진정한 친구였다”며 “그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자 큰 슬픔”이라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65년과 2009년 두 번 결혼해 다섯 명의 자녀를 뒀다. 2019년 이혼한 두 번째 부인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끊임없이 젊은 여자를 찾아 이혼을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1990년생으로 54세 연하인 마르타 파시나 하원의원과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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