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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함에 함포와 대함 미사일까지…중무장 中해경, 美 넘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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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남중국해 근처에서 필리핀 해안 경비대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중국 해안 경비대 선박이 모터 보트에 승무원을 배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 23일 남중국해 근처에서 필리핀 해안 경비대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중국 해안 경비대 선박이 모터 보트에 승무원을 배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해경이 아시아의 전략적 수로를 장악하기 위해 76mm 함포와 대함미사일을 탑재하고 미 해군 구축함보다 큰 배로 구성된 함대를 배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날 ‘아시아 패권을 위한 전투가 중국 해안 경비대에서 시작되는 이유’라는 기사를 내고 중국이 최근 10년 사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안경비함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고 전했다.

중국 해경이 보유한 1000t급 이상의 대형 함정은 150척가량으로 이는 일본 해상보안청(약 70척)이나 미국 해안경비대(약 60척)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배 규모를 줄여보더라도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남중국해에 순시선 25척을 배치했을 뿐이고, 대만 해순서(해경)는 총 23척의 함정으로 이뤄져있다고NYT는 설명했다.

중국 해경은 함선 크기만이 아니라 무장 측면에서도 해군에 버금가는 덩치로 성장했다.

함선 대다수가 이전에 해군 초계함으로 쓰인 데다 장기 작전 능력과 헬리콥터 이착륙 시설, 물대포, 미군의 M1 에이브럼스 탱크에 쓰이는 100㎜대 주포까지 갖췄다. 미국 국방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중국 해경 함선 중 85척은 대함 순항미사일까지 장착했다.

밀입국 단속이나 수색·구조 등 200여년에 걸쳐 세계 해안경비대가 수행해온 임무 대신 사실상 주력 군사조직으로 발돋움한 셈이다.

이렇게 중무장한 중국 해경이 분쟁 소지가 있는 주변 수역 곳곳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동아시아 각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중국 해경 함대가 올해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80시간 36분 동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해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일본이 일대를 국유화한 뒤 중국 함선의 최장 시간 체류 기록이다.

일본은 즉각 해안경비 능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유사시 해상보안청을 방위상이 지휘하도록 운용 지침을 정비하며 맞대응했다. 해상보안청 예산은 10억달러(약 12조8600억원)로 40% 늘어난다.

4월부터 중국군의 포위 훈련을 겪은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자주 중국과 충돌하는 필리핀 등도 해안경비대 강화에 뛰어들었다. 대만은 중국의 봉쇄를 뚫어낼 역량 확보를 위해 해순서 발전 계획을 만들고 있고,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신형 순찰함 6척을 받기로 했다.

베트남은 일본에 주문한 해안경비함정 6척을 2025년까지 인도받을 예정이며, 중국과 서해 어업 등 문제로 종종 갈등을 빚는 한국은 지난해 3000t급 함정 9척을 새로 건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파푸아뉴기니와 방위협정을 추진하는 등 중국 견제에 힘을 쏟고 있다.

경쟁 격화로 각국 해안경비대가 해군처럼 바뀌고 있다.

존 브래드포드 싱가포르 난양공대 선임연구원(전 미국 해군 중령)은 “해안경비대는 무장을 가볍게 하기 때문에 긴장의 사다리를 높이지 않으려고 할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 지금 각국의 생각”이라며 “그러나 해안경비대 함정에 미사일이 달리면 함선 색깔을 빼고 해군 함정과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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