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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IP 앞세운 MS의 게임 축제…게임구독 시장 키우기 위해 ‘성큼'

중앙일보

입력

필 스펜서 MS게이밍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연례 게임행사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MS

필 스펜서 MS게이밍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연례 게임행사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MS

“셋, 둘, 하나!”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더 노보’ 극장. 객석을 빼곡히 메운 관객이 다 같이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그러자 대형 LED 화면에 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 게임 브랜드 ‘엑스박스’의 로고가 사라지면서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신작 게임 소개 영상이 나올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MS의 연례 게임 발표회인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의 현장이다. MS는 이날 콘솔 게임 플랫폼 엑스박스에서 출시할 신작 25개를 공개했다. 이달에 열릴 예정이던 북미 최대 게임쇼 E3가 취소되면서 MS의 이번 행사에 전 세계 게임 업계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이날 하루 관람객, 인플루언서, 기자 등 9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최한 연례 게임행사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가 열리고 있다. 윤상언 기자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최한 연례 게임행사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가 열리고 있다. 윤상언 기자

신작 ‘스타필드’, MS 게임패스 이끌까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끈 게임은 ‘스타필드’다. MS 손자회사인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개발한 신규 지식재산(IP)이다. 1000개 이상의 행성으로 구성된 우주에서 즐기는 오픈월드 역할수행 게임(RPG)으로, 9월 6일 출시된다. MS는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쇼케이스 발표회 중 절반 가까이를 스타필드에 할애할 만큼, 스타필드 소개에 공을 들였다. 개발사인 베데스다는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 대형 IP로 유명한데, MS가 2021년 베데스다의 모회사(제니맥스 스튜디오)를 75억 달러(약 9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MS 계열에 편입됐다.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신작 지식재산(IP) 스타필드의 게임 내 모습. 사진 MS 유튜브 캡처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신작 지식재산(IP) 스타필드의 게임 내 모습. 사진 MS 유튜브 캡처

스타필드 등 이날 공개된 신작 게임들은 MS의 게임 구독상품인 ‘엑스박스 게임패스’ 성장을 이끌 기대주로 꼽힌다. 2017년 출시된 게임패스는 월 9.99달러(한국은 월 7900원)에 게임 100여 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품. MS는 패키지 판매 중심인 게임 시장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개념을 접목해 게임 시장을 키우려 한다.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소비자들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구독하듯, MS 게임 플랫폼을 구독하게끔 유도하겠다는 것. 그러려면 이용자를 끌어올 강력한 IP가 중요하다.

MS는 게임패스가 게임 사업부문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맷 부티 엑스박스 스튜디오 총괄은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게임패스는 다양한 게임을 실험 삼아 즐기고 싶은 이용자를 끌어모았다는 측면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며 “현재는 콘솔 게임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1년여 기간 동안 동안 PC 게임을 통해 (게임패스) 구독자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게임 부문 매출은 2020년 115억7500만 달러에서 153억7000만 달러(‘21년), 162억3000만 달러(‘22년)로 늘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게임패스의 분기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게임패스 상품이 출시된 국가는 86개국으로, 1년 전(46개국)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최한 연례 게임행사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가 열리고 있다. 윤상언 기자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최한 연례 게임행사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가 열리고 있다. 윤상언 기자

공격적 IP 확장, 반독점 규제는 변수

MS는 스타필드 등 대형 IP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필 스펜서 MS게이밍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MS는 PC게임과 콘솔 게임 등에서 크게 성장 중인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사업자와 개발자가 사업에 동참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게임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게임 시장은 3962억 달러(약 512조6400억원)를 기록한 뒤, 2027년까지 연간 7.7% 성장해 5330억 달러(약 689조65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영화 산업 시장 규모(944억 달러, 약 122조1400억원)를 이미 훌쩍 뛰어 넘었다.

‘게임 왕국’을 꿈꾸는 MS의 앞길에 변수는 각국 경쟁 당국의 ‘독점 우려’다. MS는 지난해 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90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안방’인 미국에선 합병을 반대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소송 중이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같은 유명 IP를 보유한 회사다. FTC는 “MS가 이미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액티비전은 비디오 콘솔, PC, 모바일게임에서 최고 수준의 게임을 개발하는 극소수 업체이기 때문에 합병시 가격 변경이나 품질 문제로 이용자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영국 시장경쟁청(CMA)도 MS의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인수를 불허했고, MS는 항소한 상태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합병을 허가하는 등 각국의 결정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양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날 간담회 나온 필 스펜서 CEO는 “지난 18개월 동안 40개 나라에서 승인받으려는 노력을 해오는 기나긴 여정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앞으로 할 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승인 과정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