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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요리 나오자 화면엔 파도가 쳤다…'예술적 한 끼'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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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성게 껍질 안에 킹크랩회와 샴페인 젤리를 담았습니다.”

메뉴 설명과 함께 전면의 21m 곡선형 스크린에 붉게 떠오르는 태양의 형상이 나타난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마치 운무가 피어오르듯 공간에 깔리는 연기가 실감을 더한다.

몰입형 파인다이닝 카니랩에 들어서면 긴 곡선형의 스크린이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 카니랩

몰입형 파인다이닝 카니랩에 들어서면 긴 곡선형의 스크린이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 카니랩

너른 화면과 공간을 꽉 채우는 음악이 마치 극장에라도 온 것 같지만 이곳은 지난 주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문을 연 퓨전 레스토랑 ‘카니랩’이다. 미디어아트와 미식 경험을 결합한 몰입형 파인 다이닝(최고급) 레스토랑을 추구하는 곳이다.

게 요리를 중심으로 해산물 코스를 내는데, 나오는 음식 순서에 맞춰 미디어 아트가 진행된다. 단순히 화면을 이어 붙였다기 보다 전체 코스와 미디어아트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을 맞춰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새벽녘부터 은하수가 펼쳐지는 밤까지 흐르는 시간을 ‘삶’에 빗대어 표현했다.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 랩’의 작품으로, 제작 기간만 약 5개월 정도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삶'을 주제로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영상을 배경으로 해산물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사진 카니랩

'삶'을 주제로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영상을 배경으로 해산물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사진 카니랩

이곳 이재혁 대표는 “해외에서는 공연과 미식을 결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이 요리의 맛에 집중했다면, 미디어아트나 음악 등 다른 볼거리를 결합해 보다 극대화된 미식 경험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까지 만족시켜야 살아남는 미식 업계에서 미식과 예술을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롯데웰푸드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의 팝업 스토어도 미디어아트와 파인다이닝을 결합하는 시도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나뚜르 팝업 스토어의 '아트테이블' 전경.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강렬한 영상과 함께 극대화된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 프로젝트렌트

나뚜르 팝업 스토어의 '아트테이블' 전경.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강렬한 영상과 함께 극대화된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 프로젝트렌트

팝업 스토어 2층에 예약제로 운영되는 팝업 레스토랑 ‘아트 테이블’로, 한국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계절 메뉴를 선보이는 ‘더 그린테이블’의 김은희 셰프가 참여한다. 공간을 둘러싼 디귿(ㄷ)자 형태의 화면과 흰 테이블 위로 미디어아트가 펼쳐지는 가운데, 4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자연 재료 맛을 부각한 전채요리·샐러드·파스타 등이 테이블 위에 올라올 때마다 상응하는 주제의 강렬한 영상이 펼쳐지고 감각적 음악이 어우러진다.

'진한 자연의 맛'을 주제로 음식과 함께 영상, 음악 등이 어우러진다. 사진 프로젝트렌트

'진한 자연의 맛'을 주제로 음식과 함께 영상, 음악 등이 어우러진다. 사진 프로젝트렌트

김은희 셰프는 “생선 요리가 나오면 화면에 파도가 치는 등,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님들이 무척 즐거워했다”며 “영상에 익숙한 데다 공간적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어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식 경험을 다채롭게 하기 위한 미식과 예술의 결합이 파인다이닝 뿐만 아니라 캐주얼 레스토랑까지 보편화하는 추세다. 이탈리안 외식 브랜드 이비티(ebt)는 이달 30일까지 레스토랑에서 신진 아티스트 작품을 전시하는 팝업 갤러리를 진행한다. 이비티 코엑스점, 스타필드 하남점에서 각각 열리는 ‘여름의 요약’ 전시로, 일러스트레이터 아슬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시에 맞춰 업장에서는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아슬 음료’를 개발, 세트 메뉴 등을 한정 판매한다.

이탈리안 캐주얼 레스토랑 이비티에서 펼쳐지는 아슬 팝업 갤러리. 사진 이비티

이탈리안 캐주얼 레스토랑 이비티에서 펼쳐지는 아슬 팝업 갤러리. 사진 이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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