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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프랑스 '전랑 대사' 교체설…"곧 귀국해 공공외교 맡을 듯"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주재 중국대사관의 루사예 대사. 지난 4월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프랑스의 한 요양원 직원이 근무 중 달아나 노인 환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글이 올랐고 이에 격분한 프랑스 외무장관이 루 대사를 초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프랑스주재 중국대사관의 루사예 대사. 지난 4월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프랑스의 한 요양원 직원이 근무 중 달아나 노인 환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글이 올랐고 이에 격분한 프랑스 외무장관이 루 대사를 초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대표적인 ‘늑대전사(戰狼·전랑)’ 외교관인 루사예(盧沙野·59)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곧 귀국해 중국의 공공외교를 주관하는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게 된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2일 보도했다.

루사예 대사의 프랑스 대사 근무 기간이 이미 4년을 넘겼기 때문에 소환이나 문책 인사가 아닌 정상적인 교체 인사라고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후임에는 덩리(鄧勵·58)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루사예 대사는 지난 4월 프랑스 한 뉴스 채널과 인터뷰에서 “구소련국가는 주권 지위가 없다”며 소련 붕괴 후 독립한 나라들의 주권국가 지위에 의문을 제기해 서유럽 외교가에서 거센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루 대사의 개인 관점일 뿐이라며 문제 발언을 무마했다.

루 대사는 시진핑(習近平) 시대 대표적인 ‘전랑 대사’다. 지난 2021년 3월 대사관 홈페이지에 “‘늑대 전사’가 있다면 ‘미친개’가 너무 많아서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지난해 프랑스 기자협회 만찬에서는 당시 제로 코로나 반대 ‘백지시위’를 외부 세력의 사주를 받은 ‘색깔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백지시위’는 백색이지만 색깔 혁명이다. 흰색도 하나의 색깔이기 때문이다”라며 ‘백지시위=색깔 혁명’이라는 논리를 폈다. 프랑스 싱크탱크의 앙투안 봉다즈 박사를 겨냥해서는 ‘삼류 폭력배(petite frappe)’라는 비외교적인 막말도 불사했다.

지난해 8월 인터넷 정치 사이트 폴리티코 유럽판은 루사예 대사에게 ‘늑대 지수(wolf rating)’ 5를 부여하며 최악의 ‘늑대전사’ 대사로 꼽았다. 각종 막말로 부임 2년간 스웨덴 외교부에 40여 차례 이상 초치당한 구이충유(桂從友·58) 주스웨덴 대사도 당시 늑대지수 5를 기록하며 최악의 전랑 대사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15일 루 대사가 소환된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신이 언급한 것은 거짓 뉴스”라고 부인했다. 루 대사는 이달 초 언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문제의 주권 발언과 중국 공식 외교 정책은 충돌하지 않으며 “일부 사람들이 작은 일을 크게 과장했다”고 변명한 인터뷰 전문을 대사관 홈페이지 공개하기도 했다.

주재국에서 물의를 일으킨 대사를 문책 대신 격려하는 게 최근 중국 외교의 특징이다. 1964년 10월생으로 부부장(차관)급 정년인 60세를 1년여 남긴 루사예 대사는 장관급인 인민대외우호협회(이하 우호협회) 회장에 임명될 전망이다. 우호협회는 민간외교를 총괄하는 전국 조직으로 천하오쑤(陳昊蘇. 초대 상하이시장이자 외교부장을 역임한 원로 천이(陳毅)의 장남), 리샤오린(李小林,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등 혁명 원로 2세가 회장을 맡았다. 그러다 지난 2020년 남아프리카 대사를 역임한 린쑹톈(林松添·63) 현 회장이 취임하면서 홍이대 회장 임명 전통이 깨졌다. 린 회장은 지난 3월 전국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에 임명되면서 퇴임이 예고됐다.

루 대사 후임 대사로 전망되는 덩리 부부장은 3명에 불과한 현직 차관급 중 한 명이다. 프랑스 중시 정책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시 주석은 방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직접 두 차례 만나며 환대했다. 프랑스는 중국의 대유럽 외교의 교두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도쿄 사무소 개설을 반대하는 등 중국을 배려했다. 덩 부부장은 프랑스어에 능숙하며 주프랑스 공사, 서아시아·북아프리카 국장, 주튀르키에 대사를 역임했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해 보통 부국장, 국장급 대사를 파견하지만, 북한을 비롯해 유엔 상임이사국, 브릭스 회원국, 유엔본부 등 17개 국가에 한정해 부부장(차관)급 대사를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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