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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0% 뛸 때 20% 뛰었다, 소부장 히든 챔피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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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반도체 소·부·장 분석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달라졌다. 올봄 2차전지 관련주가 시장을 끌고 왔다면 여름엔 반도체 섹터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15곳의 주가를 지수화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10.4% 뛰었다. 같은 기간 2.1% 오른 코스피에 비하면 수익률이 5배가량 높았다.

머니랩은 ‘반도체=삼성전자’라고 생각하는 개인투자자를 위해 반도체 소부장 섹터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곳이다. 웨이퍼 제작부터 금속 배선까지의 작업을 하는 곳을 전(前) 공정 기업, 그 이후 테스트와 패키징 작업을 담당하는 곳을 후(後) 공정 기업이라고 한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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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은 증권가에서 적극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주요 반도체 전후 공정 기업을 소개한다. 물론 특정 종목을 매수 추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증권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대체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우량하다. 머니랩이 올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15개 기업 중 13곳은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100%가 안 된다. 또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12곳이 200%가 넘는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고금리 환경을 맞았지만, 상당수가 잘 버티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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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수익성의 경우 ‘반도체의 겨울’이라 일컬어지는 올해에는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많다. 증권업계 예상치를 보면 15곳 중 9곳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15곳 모두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기업도 내년도 실적 성장률이 가파른 곳들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선호주로 유진테크를, 차선호주로 피에스케이를 꼽았고, HPSP와 주성엔지니어링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종목으로 삼았다.

유진테크는 증착 공정에서 웨이퍼에 금속 박막을 형성하는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올해 매출의 70%는 삼성전자 쪽에서 나오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디램·낸드·파운드리 생산라인 모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에는 삼성전자 안에서 점유율을 높인 상태에서 SK하이닉스의 장비 투자도 회복하면 이익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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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케이는 포토 공정에서 노광 작업을 한 뒤 남은 포토레지스트(Photo Regist·빛을 쬐었을 때 형질이 변하는 물질) 제거에 쓰이는 드라이스트립 장비 제조사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HPSP는 이온 주입 공정에 쓰이는 고압 수소 가열·냉각(Annealing)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고압 수소를 이용하면 기존과는 다르게 400도 이하의 온도에서 가열·냉각이 가능하다. 고온으로 인한 웨이퍼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채민숙 연구원은 “고압 수소는 폭발성이 있어 장비 개발이 어렵고, 고객사 인증도 까다롭기 때문에 HPSP의 독점력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성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박막 형성 장비 ADL을 가장 먼저 개발한 기업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 지역에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고 비메모리 분야에서 새롭게 장비 매출이 발생하는 등 고객사와 제품 라인업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성쿼츠계의 ‘신흥 강자’로 거론되는 비씨엔씨도 기대주 중 한 곳이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텔사 쪽에서 발생하는 합성쿼츠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증권가가 주목하는 기업들로 원익IPS, 파크시스템스, 한미반도체, 넥스틴, 티씨케이, 솔브레인 등도 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주가 흐름은 대체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 흐름이 비슷하다면 ‘차라리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뭐하러 소부장주에 투자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가 반등 국면에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소부장주의 반등 폭이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한 달(5월 4일~6월 4일) 삼성전자 주가가 10.9% 오를 때, HPSP는 22.5% 상승했고, 비씨엔씨와 한미반도체도 각각 21.3%, 18.4% 올랐다.

이승우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소부장주 대부분은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데도 주가가 올랐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반도체 경기 사이클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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