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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家' 이름 거부한 며느리…백신 때문에 별거도 고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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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부인 셰릴 하인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부인 셰릴 하인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네디 가문의 현역 정치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다소 의외의 인물이다. 가문 전통에 맞게 미국 민주당이긴 하지만, 때론 공화당 중에서도 일부 과격 극우파가 하는 주장을 앞장서서 하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시기, 백신 반대 캠페인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백신을 컨트롤하고 있으며, 절대로 백신을 맞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삼촌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JFK라고 불렸듯, 자신도 RFK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주류에 속하지는 않는 인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 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현 조 바이든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재선을 하는 관례에도 반기를 든 것이다. 경선 출마 후 첫 인터뷰도 민주당 반대 성향이 선명한 폭스뉴스와 했다.

그 부인, 셰릴 하인즈는 더 특별하다. 우선 '케네디'라는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도 거부한다. 그 자신이 이미 유명한 배우이자 감독이어서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1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남편을 물론 사랑하고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도 내 일이 있으니 매번 유세에 따라갈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부인 셰릴 하인즈는 배우이자 감독이다. 남편의 정치 행사에 매번 참석하지 않으며 다소 거리를 두는 편.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부인 셰릴 하인즈는 배우이자 감독이다. 남편의 정치 행사에 매번 참석하지 않으며 다소 거리를 두는 편. 로이터=연합뉴스

셰릴 하인즈라는 이름은 국내에선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다수의 영화 및 코미디 쇼에서 인기를 쌓아온 셀럽이다. 국내에도 개봉했던 영화 '웨이트리스'에선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 조연을 맡아 인상적 연기를 펼쳤다. 멕 라이언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감독이기도 하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본인도 웨이트리스부터 방송 리포터 등의 일을 수년간 하다가 기회를 잡은 자수성가 캐릭터다. NYT는 "하인즈는 다년간의 연기 경력에서 나오는 특유의 재치와 유머 감각을 갖고 있으며 영화계에서 다들 사랑하는 동료로 꼽는 인물"이라며 "그런 그가 다소 엉뚱한 발언을 하는 남편의 정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하인즈는 영화 제작자인 첫 남편 폴 영과의 사이에 딸을 하나 두고 있다. 우연히 만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결혼한 건 2014년. RFK는 지난해 결혼기념일 인스타그램에 "나를 평생 웃게 해줘서 고맙다"며 사랑이 듬뿍 담긴 메시지를 남겼다. 둘을 모두 아는 지인이 소개를 해줬다고 한다. 하인즈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가족이 있는 인연으로 관련 재단의 일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부 및 자선 활동에 대해 RFK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인즈는 그러나 케네디 가문 일원이 되는 것 자체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 결혼 당시 피플지 인터뷰에서 "나도 대가족 출신이고 바비(남편 애칭)도 그러니 둘이 잘 맞고 행복하다"는 정도로만 언급을 했다. 결혼식은 케네디 가문이 소유한 별장에서 열렸다.

2007년작 영화 '웨이트리스' 스틸 컷. 맨 오른쪽이 셰릴 하인즈다. [영화 공식 스틸컷]

2007년작 영화 '웨이트리스' 스틸 컷. 맨 오른쪽이 셰릴 하인즈다. [영화 공식 스틸컷]

하인즈는 남편의 정치적 발언 등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자제해왔다. 남편이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전 소장을 "파시즘"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그러나 하인즈 역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 "남편의 의견이 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현안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다르다"고 썼다. 당시 부부는 한때 별거를 고려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애정이 식어서 별거를 고려한 것은 아니고, 남편인 RFK가 "나와 좀 거리를 둬야 당신 삶과 경력이 편해지겠다"는 제안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별거는 하지 않았다.

현재 RFK는 CNN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 후보 중 약 20% 가량의 지지를 받고 있다. 케네디 가문 중 다수가 RFK가 아닌 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븐 배넌은 심지어 트럼프-케네디 팀을 짜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까지 냈다. 여러모로 볼 때 RFK의 민주당 대선 티켓은 요원하다.

하인즈는 그러나 그다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NYT는 "하인즈가 인터뷰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주제는 그가 최근 딸과 함께 세운 친환경 기업"이었다고 전했다.
정치도, 인생도 한 치 앞도 모른다. 혹시 그가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어떨까. 그는 NYT에 "그런 생각은 많이 해보질 않았다"며 "아직 그러기엔 이르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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