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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국민연금 수급 연령 70세로 올려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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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지난해 7월 구성된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운영 시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개혁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어떤 대안도 내지 못하고 학회 수준의 주장과 논의로 끝났다. 6개월 연장으로 논의 범위를 넓힌다고 하지만 국민연금에 국한해서 합의하지 못한 위원회가 폭넓은 논의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민연금의 당면 과제는 노후 보장이 아니라 재정 안정이다. 노후 보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 의제가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방안을 내도록 요구받은 자문위원회에서 보장률을 높이자는 어깃장 주장이 병기되는 것은 개혁위원회가 요구한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현재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연금개혁은 국가 재정이 파국에 이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우선 국민의 국민연금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적극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나이 올리면 지급액 33% 줄어
장애연금 대상·수급액 늘리고
정년, 노인 임금차별 등 없애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첫째, 국민연금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최후의 노후 보장을 위한 저축 수단이 아니라 ‘보험’이다. 보험료나 납입 기간과 관계없이 불확실한 자신의 수명에 따라 수급 기간이 다르고 변화하는 물가 상승에 연동되어 구매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연금을 소득재분배 제도라고 포장해서도 안 된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산다. 부자는 학력이 높고 건강하다. 노후 기간 받는 수급 총액으로 보면 오래 사는 부자가 훨씬 많이 받는다. 가난한 사람은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아서 납부한 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빈곤 노인을 위하여, 혹은 노인빈곤율 완화를 위하여 보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허구다.

셋째, 국민연금은 노후 보장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노후 보장을 위하여 개인들이 사회에 진출한 이후부터 소득의 일정 비율을 퇴직할 때까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저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노후에 장기간에 걸쳐 분할해서 받도록 해야 한다. 노후는  공동 분배가 아닌 근로 기간에 축적한 자금으로 스스로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다.

넷째, 국민연금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더 높은 수준의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건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보장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면서 경제를 위기로 몰았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한 노후 빈곤율 지표는 노후 보장을 대표하는 지표가 아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시스템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노후 보장은 최고 수준이다. 최근 노인 건강수명이 73세로 늘었다. 실질적인 노후 보장이 후퇴하고 있다면 불가능한 지표다.

수명이 연장된 개혁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하여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 첫째, 폭발적으로 재정 부담이 증가할 기초연금 재원을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전환해 노인 빈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대하지 않은 평균수명의 증가는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빈곤 노인을 증가하게 할 수밖에 없다. 노인들의 수요에 맞는 생활 보장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둘째,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평균수명은 70세였다. 지금은 83세다. 30년 전에 지금보다 훨씬 낮은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만든 제도를 아직 유지하는 것은 복지로 포장한 포퓰리즘이 이어진 결과다.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인상하면 현재 지급액의 3분의 1 이상이 줄어든다. 정치적 역풍을 맞으며 보험료율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안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연금 수급 연령 상향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 전에 지급되는 장애연금 대상과 수급액을 대폭 확대한다. 이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의 불이익을 줄이고 노후 보장의 수혜를 늘릴 것이다. 연금 수급 연령 이전에 지급되는 국민연금의 장애연금 수급자는 2021년 현재 전체 수급자의 1.3%에 불과하다.

넷째, 연금 수급 연령의 상향에 상응하는 조치로 정년을 폐지하고 노인에 대한 임금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는 일할 의지가 있는 노인의 취업을 보장함으로써 노인이 건강하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