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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예상보다 빨리 강세장 진입…‘대형주’ 쏠림은 심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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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코스피가 2640선을 넘어서며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저점인 지난해 9월 말보다 2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중심으로 대형주 주가만 날아오르는 ‘대형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추가 상승 동력을 얻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을 시작하며 2600고지에 올라선 코스피가 지난 9일 2641.16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년간 최고치다. 최근 저점인 지난해 9월 30일(종가 2155.49)과 비교하면 22.5%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지수가 저점 이후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해석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차전지, 반도체 등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기술적 강세장 전환에 성공했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가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코스피 200개 대표 종목의 주가 흐름을 지수화한 ‘코스피200 지수’는 올해 1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8.1%)을 웃돌았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톱10 지수’는 25.8%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9개 종목의 주가는 연초 이후 10% 이상 날아올랐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27.2% 상승했고, 시가총액 2위 LG에너지솔루션도 2차전지 랠리에 힘입어 39.5%나 뛰었다.

다만 대형주의 급등 열기는 중·소형주로 퍼지진 않았다. 코스피200에서 현대로템·한섬 등 시총 하위 100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지수화한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올해 들어 1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200 상승률은 물론 시장수익률(코스피 상승률 18.1%)과 비교해도 뒤처졌다. 시총 규모가 월등히 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199개 종목의 흐름만 보는 ‘코스피200 초대형제외 지수’ 역시 연초 이후 상승률이 14.9%에 그쳤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 반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시총 1~100위 종목으로 구성된 ‘대형주 지수’는 연초 이후 43.5% 수직 상승했지만, 중형주(101~400위)와 소형주(401위 이하)는 각각 19.6%, 20%로 오름폭 격차가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형주나 특정 업종 쏠림현상이 이어지면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 부장은 “특정 종목 위주로 지수 상승이 협소하게 전개되는 점은 증시에 부담 요인”이라며 “무역 적자가 지속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있는 데다, 2차전지·반도체주에만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추세적인 상승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 증시 수급의 주축으로 떠오른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도 쏠림 현상이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나 전기·전자 이외의 업종도 매력적이란 판단이 들어야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라며 “그러려면 경기 회복 흐름이 확인돼야 하고, 특히 하반기 수출 경기가 개선돼야 증시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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