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기본소득 필요" 챗GPT 아버지 '월드코인' 강조 이유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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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 AI CEO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해시드오피스에서 열린 '월드코인 밋업 서울'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해시드

샘 올트먼 오픈 AI CEO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해시드오피스에서 열린 '월드코인 밋업 서울'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해시드

“블록체인은 아직 특이점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인공지능(AI)과 같은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월드코인은 일반인공지능(AGI·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AI) 시대에 인류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방한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오전 서울에서 블록체인 커뮤니티 모임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월드코인 밋업 서울’ 행사에서다. 월드코인은 지난 2019년 올트먼 CEO가 공동창업자(알렉스 블라니아)와 설립한 블록체인 재단. 국내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탈(VC) 해시드는 월드코인 초기 투자자로 이날 모임을 준비했다. 행사엔 국내 가상자산 업계와 미디어 종사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월드코인은 지난 8일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자산 관리용 지갑 앱 ‘월드 앱’을 전 세계 80여개국에 출시했다. 월드코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월드 앱 사용자 수는 184만 명.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블라니아 월드코인 공동창업자는 “월드코인을 전 세계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활성 사용자 1억명을 넘기면 네트워크가 구축돼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도 “알렉스가 (가상자산 사용을 위한) 네트워크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월드코인이 뭐야

월드코인은 홍채 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신원을 인증하고, 이 인증에 참여한 사용자에게 가상자산을 나눠준다. 일단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로 홍채 정보를 인식하면 개인별 ID(‘월드 ID’)가 생성된다. 발급된 월드 ID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지갑인 ‘월드 앱’을 만들고 여기에 가상자산인 ‘월드코인 토큰’을 보관할 수 있다. 월드코인 측은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현재 신규 가입자들에게 무상으로 일정량의 토큰을 지급하고 있다.

월드코인의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 사진 월드코인

월드코인의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 사진 월드코인

지난해 FTX 파산과 테라 폭락 여파로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가 침체된 상황에도 월드코인의 기술 개발사인 ‘툴즈포휴머니티’(TFH)는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유명 VC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 등으로부터 약 1억2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달에는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올트먼은 왜 월드코인을?


◦ 인간과 AI 구분하는 기술: 올트먼 CEO는 월드코인 시스템이 인간과 AGI의 공존을 도울 수 있다고 본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 즉 AGI가 나온다면 디지털상에서 AI와 사람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져,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란 게 올트먼의 전망이다. 이때 월드ID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트위터가 유명인의 진짜 계정에 파란색 배지를 달듯 월드ID로 인간임을 인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블라니아 창업자는 “온라인에서 나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ID를 만들려고 했다”며 “현재 월드 ID가 있으면 월드코인(토큰)을 나눠주고 있는데, 사람이어야 (가상자산에)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사회가 AGI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람과 기계가 하는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아직은 없다. (앞으로 월드코인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기본소득 주고: 올트먼 CEO는 궁극적으로 월드코인을 통해 보편적기본소득(UBI)을 이루고 싶어 한다. AI가 고도로 발달할 경우, 기존에 인간이 하던 노동이 줄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노동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월드코인 측은 이때 인간 소득 보전용 UBI로 월드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이날 올트먼 CEO는 “사람들을 ‘해야할 일’에서 해방시키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면 업무적 유연성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AI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생성되고 있는데 이 가치를 재분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UBI가 언젠가 구현될 것이고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트먼 CEO는 AI가 일자리를 없애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이 나오자, 월드코인을 통해 여기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종류가 바뀌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실제 (AI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걱정했지만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졌다. 머리에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둘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월드코인 밋업' 행사에 가상자산 업계와 미디어 종사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해시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월드코인 밋업' 행사에 가상자산 업계와 미디어 종사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해시드

쟁점은 뭐야 

① 내 홍채 정보, 줘도 괜찮아?
월드코인은 생체 정보인 ‘홍채’ 스캔으로 ID를 발행하는 이유로 이 기술의 높은 접근성을 꼽았다. 지구상에는 출생 등록에서 누락된 인구가 여전히 많아 여권 같은 기존 신분증 제도로는 월드코인 네트워크를 완성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데이터 착취”라는 비판도 나온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해 월드코인에 대해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보편소득을 미끼로 가난한 사람들의 생체 인증 정보를 갖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게 전부다. 그들은 실제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내부 고발자로 알려진 에드워드 스노든도 “인간의 몸은 검표 기계가 아니다. 생체 인증 정보는 어떤 용도로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코인 측은 이에 대해 “스캔 된 홍채 코드는 인증이 끝나면 즉시 지워진다”고 반박했다. 이날 블라니아 창업자는 “만약에 홍채 정보를 누군가 훔쳤다 하더라도 그 정보와 실제 사람을 매치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익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화폐 가치 가질 수 있나
월드코인이 UBI로 기능하려면 화폐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 토큰은 아직 사용처가 없는 데다, 현재 앱 가입자들에게 토큰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또 이 방식으로 UBI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이날 행사에서도같은  지적이 나왔지만 올트먼 CEO는 월드코인을 제공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세계적으로 자원은 지금도 충분하다. 충분히 UBI로 기능할 수 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