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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 쑥대밭' 해경·소방청 잔혹사 1년…악몽 딛고 숨통 튼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김병주 단장과 의원들이 지난해 7월 5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찾은 가운데 정봉훈 해경 청장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김병주 단장과 의원들이 지난해 7월 5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찾은 가운데 정봉훈 해경 청장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제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요.”
지난 2일 발표된 해양경찰 인사안을 두고 한 해경 간부가 조심스럽게 한 말이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김용진 치안감을 본청 차장(치안정감)에 내정하고 서해와 동해해경청장에 각각 김인창 치안감과 김성종 치안감을 임명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인사 알림을 띄웠다. 지난해 6월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여파로 사실상 ‘지휘부 공백기’가 시작되고 1년 만에 이뤄진 치안감·경무관 인사였다.

해경의 풍파는 지난해 6월 16일 해경과 국방부의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해수부 공무원이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당시 회견내용이 “현실도피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기존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6월 24일 정봉훈 당시 해경청장을 포함한 해경 최고위 간부(치안감 이상) 9명이 모두 사의를 표했다. 해경 간부의 집단 사의 표명은 1953년 해경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해경 간부는 “갑작스러운 소집에 다들 긴장했는데 지휘부가 잇따라 사의를 밝히면서 회의는 10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당일 대통령실이 사의를 반려했지만 해경 내부에선 2014년 해체까지 이르렀던 ‘흑역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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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사정 폭풍이 휘몰아쳤다. 서울중앙지검이 사건 당시 지휘부였던 윤성현 남해해경청장(치안감)과 김태균 울산해경서장(총경)을 입건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고, 감사원도 본격적인 감사에 나섰다. 10월 13일 감사원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6명 등에 대해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1월 김종욱 서해청장(치안감)이 해경청장에 임명되면서 분위기는 다소 전환됐지만, 후속 고위직 인사가 미뤄진 탓에 해경내 지휘라인 공백은 계속됐다.

해경의 혼란기는 4월 치안감·경무관 승진자 선정을 위한 인사검증이 시작되며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2일 안전총괄부장(경무관)이 직무대리 중인 남해청을 제외한 지휘라인 인사가 마무리되며 해경 내에선 “1년 만에 겨우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걷히고 있다”(수사파트 간부)는 반응이 나왔다.

사상 초유의 소방청장 직위해제 

이흥교 소방청장이 지난해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흥교 소방청장이 지난해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경과 함께 핵심 구조기관으로 꼽히는 소방청도 1년 가까이 혼란기를 겪었다. 혼란은 국립 소방병원 설계 공모에서 브로커로부터 입찰과정에서 부정청탁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최병일 당시 경기소방본부장(소방정감)이 직위 해제 되면서 시작됐다. 매년 대형 화재가 이어졌던 경기 소방의 수장을 오래 비울 수 없단 판단에 소방청은 7월 18일 남화영 소방청 차장을 경기소방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흥교 당시 소방청장(소방총감)까지 입찰비리 사건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10월 22일 대통령이 이 전 청장을 직위해제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97일 만에 남화영 본부장이 소방청 차장으로 되돌아오고 조선호 소방감이 전담 직무대리로 경기 소방을 임시로 지휘하게 됐다. 1월 19일 최병일 전 경기소방본부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되고 3월30일엔 신열우 전 소방청장이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소방 내부에선 “신뢰가 무너졌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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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 잔혹사는 4월 13일 이흥교 소방청장 등 전 지휘부가 기소되고, 5월 4일 남화영 신임 소방청장이 임명되며 끝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방청 관계자는 “그간 지휘부 공백이 현장 대응 미비로 이어지지 않게 노력했다”며 “공석인 소방청 차장 자리도 곧 채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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