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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0억 부르자 "올려달라"…軍 복지예산 2100억 챙긴 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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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초급 군 간부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국방비에서 21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이 예산을 확보하면 당직 수당 현실화와 같은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4년도 국방예산안에 초급간부 처우 개선 명목으로 2100억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당초 초급간부의 수당을 늘리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보장하는 등 관련 비용이 모두 36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예산당국이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액수가 조정됐다. 정부 소식통은 "2100억원이라도 초급간부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처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추가로 더 필요한 부분은 2025년도 예산에서도 마련할 수 있도록 예산당국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예산당국이 처음에 제시한 액수는 100억원이 안 됐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입장 차이 때문에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사안을 직접 챙기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예산당국에 여러 차례 특별 당부를 한 것으로 안다”며 “나름의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방부에서 초급장교 및 실무자들과 오찬을 갖고 활동비 등과 관련한 각종 애로사항을 들은 뒤 이들의 처우에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당부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7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국방부는 “간부들의 당직 근무비를 평일 1만원에서 3만원, 휴일 2만원에서 6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추진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도 예산안에는 소대장 지휘활동비와 간부 주택수당을 각 100%, 주임원사 활동비를 50% 인상하는 방안 등은 반영됐지만, 당직 근무비 인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14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부·초급간부 간담회에 참석해 초급 간부들과 식사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14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부·초급간부 간담회에 참석해 초급 간부들과 식사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군 당국은 내년도 해당 예산을 통해 우선 당직 근무비를 세 배로 늘릴 계획이다. 초급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으로 한정된 당직 근무비를 현실화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 장교 900만원, 부사관 750만원인 현재 단기복무장려금을 두 배 이상 올리는 안이 내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 장관은 지난 3월 잇따라 초급간부 간담회를 열고 “단기복무장려금과 장려수당을 증액하는 안과 당직 근무비를 공무원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병사 봉급 인상안이 제 궤도에 들어선 2025년쯤이면 간부 처우 개선 예산 확보에 지금보다 더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인 1실 간부 숙소, 하사 호봉 승급액과 초급 간부 성과 상여금 인상 등 남은 과제를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도록 예산당국과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초급간부 처우 개선을 직접 챙기는 배경엔 최근 군의 척추인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과정에서 초급간부의 처우 문제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전역 희망자들이 급증하는가 하면 초급 장교 등용문인 3사관학교, 학사사관(학사장교), 학군사관(ROTC) 경쟁률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이에 신식군대와 구식군대의 차별 때문에 일어난 임오군란을 빗대 ‘계묘군란’이라는 농담도 나온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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