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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안 낸 임대인 때문에 퇴거 위기…대법, 세입자 손 들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직 잔금을 다 치르지 않은 ‘예비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주민등록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설사 집주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심, “임차권 없어…보증금 받고 나가야”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임차인 A씨는 2017년 10월 광주의 한 신축빌라 302호를 B씨에게서 8900만원에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A씨는 빌라를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 주택임대차법이 정하는 대항요건을 갖췄다. 주택임대차법은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입주 5개월 후인 2018년 3월 돌연 C씨로부터 자신이 진짜 집주인이니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에게 빌라를 빌려준 B씨 역시 원래는 빌라의 원소유자에게서 주택을 사들이는 과정에 있던 예비 집주인에 불과했는데, B씨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서 계약이 없던 것(해제)으로 됐된 것이다. 이후 빌라의 원소유자는 C씨에게 방을 팔아버렸고, C씨는 자신의 소유권을 근거로 A씨에게 퇴거요청을 했다.

 1·2심은 새 집주인인 C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매매대금 일부만을 지급했을 뿐 잔금을 치르지 않아 적법한 임대인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소유권이 없는 사람과 임차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A씨 역시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주택임대차법상 임차인 권리 넓게 본 대법원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뒤집고 A씨의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는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해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새 집주인 등기보다 1년여 앞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점도 주요하게 봤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B씨)은 그 물건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지위에서 타인(A씨)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수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매매목적물인 주택을 임차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계약해제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관련 법조항

주택임대차법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賃借人)이 주택의 인도(引渡)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민법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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