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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초마다 새 한 마리씩 쿵…"충돌 막자" 유리벽에 '점' 찍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리벽에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국립생태원

유리벽에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국립생태원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에서 유리벽 건물이나 방음벽을 지을 때 조류 등 야생 동물의 충돌 피해를 막기 위해 점이나 선형 무늬를 적용해야 한다.

환경부는 “투명창 및 방음벽, 수로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11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서는 투명하거나 빛이 전(全)반사되는 자재를 사용한 건축물, 방음벽 등의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선형(線形) 또는 점(點) 등의 무늬를 적용해 충돌 피해를 낮춰야 한다. 무늬의 상하 간격은 5㎝, 좌우 간격은 10㎝ 이하여야 한다.

또, 기존 건물에 대해서도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에 관한 실태조사를 매년 해서 피해가 심각한 곳은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해당 기관에 요청하도록 했다.

수로에 설치된 소형 동물 탈출로. 환경

수로에 설치된 소형 동물 탈출로. 환경

이 밖에도 수로 등의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야생동물이 추락하지 않고 횡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추락하더라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 시설을 만들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충돌·추락 피해를 예방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3.9초마다 ‘쿵’…새가 유리벽에 돌진하는 이유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새들. 국립생태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새들. 국립생태

모든 공공기관 건물과 방음벽에 조류 충돌 저감 조치를 의무화한 건 투명한 유리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약 800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유리벽 충돌로 인해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3.9초마다 한 마리씩, 매일 2만 마리가 넘는 새가 유리벽에 돌진해 죽는 셈이다. 이 중 건물 유리창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765만 마리, 투명 방음벽은 23만 마리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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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는 수직 5㎝, 수평 10㎝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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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류 충돌 피해가 큰 건 새들의 눈이 머리 옆에 있어서 정면에 있는 장애물의 거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이 더해지면서 새들이 투명창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해 충돌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류는 수직 간격 5㎝, 수평 간격 10㎝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면적 이내로 무늬를 그리면 조류 충돌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공공건물 3% 불과…“민간 건물도 대책 필요"

유리창에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점 무늬가 적용된 모습. 환경부

유리창에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점 무늬가 적용된 모습. 환경부

조류 충돌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새 충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마련됐지만, 이번 조치가 공공건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투명 방음벽은 전체 1421㎞ 중에서 97%(1373㎞)를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관리하지만, 공공건물이 전체 건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기존 건물에 대해서도 실태 조사 결과 충돌 피해가 크면 개선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건물에 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려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관할 지자체의 지원 등을 통해 민·관이 조류 충돌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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