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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응급실 뺑뺑이 막아야"…의대 정원 확대, 오늘부터 재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정부와 의료계가 8일 열리는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중점 논의 안건으로 정하면서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공식 협상이 시작하는 건 2020년 9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 2년 9개월 만에 재개하는 의·정

의료현안협의체는 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모인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 담당자와 대한의사협회 간부 등 정부와 의료계 인사 약 10명이 참석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7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 붕괴’와 같은 의료계 현안 등을 고려했을 때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간호법 공방이 일단락되면서 시급한 현안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할 분위기도 조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20년 8월 열린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의협 회원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2020년 8월 열린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의협 회원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의 추진과 의사의 반대가 반복돼 온 쟁점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는 2020년 9월 4일 복지부와 의협 측이 작성한 의정합의문을 근거로 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22년부터 400명씩 늘려 의사 4000명을 추가로 늘리는 등 4대 의료정책을 추진하려 했으나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에 맞닥뜨려야 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대 끝에 양측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신설 추진 논의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겠다”고 합의했다.

의협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들어가면서 2020년 의정합의문에 따라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도 협상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의대 정원은 2000년 3507명에서 의약분업을 계기로 차차 줄어 2006년 3058명이 됐고 18년째 그대로다. 일단 복지부는 2025년부터 의약분업 때 감축된 인원(351명)보다는 의대 정원을 더 늘리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5명으로, OECD 가입국 중 멕시코(2.4명) 다음으로 적으며 OECD 평균(3.7명)의 67% 수준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의사 선생님들이 반대하지만 잘 협의해서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의대 정원 확대가) 2025년 입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구상과 반대로 협상은 난항 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협상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 고령화에 따른 건강 수요 증가 등을 앞세워 공급 증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의협 측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로 의협이 한발 양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의협의 고위 관계자는 “2년 전 의대생들이 유급을 감내하며 의대 정원 동결을 쟁취했는데 섣불리 복지부 뜻에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현재 한국 의료에 닥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의사 수를 수치적으로 접근하는 게 1순위가 아니다”라며 “필요로 하는 의료진이 포함된 의료 공급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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